[D램 시장 어디로 가나]감산논의 `수면 위로`

 D램 가격이 원가 밑으로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감산은 생산업체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도시바와 NEC는 감산을 선언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사실상 시기를 조정중이다.

 특히 하이닉스의 박 사장은 “D램업계에서 감산은 이미 대세가 됐다”고 발언해 감산에 대해 적극 검토할 뜻을 비쳤다.

 업계는 현 D램 가격이 다음달초가 돼도 별다른 상승기미가 안보일 경우 D램업체들이 일제히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28M제품이 2달러 안팎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곧 모든 D램업체가 원가에 미달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금여유가 많은 업체야 한달이라도 버티겠지만 사실상 감산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형국이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라며 감산 신중론을 펴는 삼성전자 역시 상황이 악화된다면 다음달말 휴가철에 집단휴가형태로 감산하는 방안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임직원에 대해 개별적으로 휴가계획을 짜도록 지시해 당장 감산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다른 업체들은 당장이라도 감산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2분기에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의 경우 경영상의 이유뿐만 아니라 주가관리차원에서도 감산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특히 64MD램 비중이 높은 마이크론의 경우 하이닉스와 아울러 감산가능성이 높은 업체로 손꼽힌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이달들어 주문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자 다음달초까지 시황을 지켜본 후 감산여부를 결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D램업체가 감산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도시바와 NEC가 감산을 선언했음에도 불구, 가격은 오히려 더욱 떨어졌다. 잇따른 감산으로 64MD램의 가격하락을 저지했던 지난 97년과 98년에 비해 최근의 수요는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2, 3위 업체인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감산할 경우 파급효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업계는 수요가 워낙 침체돼 있어 상위 3개 업체가 동시에 감산하지 않는 한, 감산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동시감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쟁사에 앞서 감산했다가 고정고객에 대한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산의 필요성이 절실한 순서대로 감산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마이크론·삼성전자 순이다. 이 경우 바닥까지 떨어진 D램 가격은 일시에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사재기에 들어간 흔적이 뚜렷해 이들이 물량을 풀어 놓을 경우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상위 D램업체들은 이같은 변수까지 고려하며 감산을 검토해야 해 감산결정에 이르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다음달중순께로 예상된다.

 결국 사실무근으로 정리됐지만 삼성물산 사장의 삼성전자 64MD램 생산 중단이나 박종섭 사장의 ‘D램업계의 감산 공감대 형성’ 발언도 경쟁사에 대한 감산여부 타진으로 풀이하는 해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일단 감산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더라도 가격을 끌어 올릴 필요성이 절실해 조만간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및 증권가는 다음달초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감산가능성이 비쳐진다면 감산은 순식간에 D램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