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는 대덕연구단지에서 파생된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우수 연구 성과물을 토대로 지난 2∼3년 동안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서울 테헤란밸리가 닷컴기업 위주라면 대덕밸리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단지로 그 어느 지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 조태용 소장(37)은 국내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덕밸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논리정연한 말투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덕밸리는 기술력과 연구인력 측면에서 인프라 여건이 매우 뛰어나지만 마케팅 지원면에서 취약합니다. 이제는 창업단계에서 벗어나 성장단계의 지원을 위한 정부의 육성정책이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지난 96년 12월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초기 멤버였던 조 소장이 대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듬해인 97년 11월.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 개소와 동시에 대전에 입성했다. 대전엑스포 행사가 열렸던 지난 93년 당시 한국통신 정보통신관내 초고속 체험관 장비 구축의 주역이었던 조 소장은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대전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4년만에 센터 소장직을 자원해 이곳에 내려왔다.
대학 재학시절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의 조 소장은 그 누구보다도 현장 중심의 벤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덕대학으로 센터를 이전한 직후 정성을 들여 설치한 공용 장비실은 영상처리에서부터 편집, 컴퓨터 그래픽, 인터넷방송 제작까지도 가능해 입주업체는 물론 외부 벤처업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이처럼 조 소장이 공용 장비실 구축에 신경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센터에 발을 들여놓기 전 수년 동안 장비 구축 책임자로 있는 동안 소프트웨어 관련 벤처업체들이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입주 벤처 선정에 따른 심사시 가장 최우선으로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제품의 시장성입니다. 물론 기술성과 재무성도 빼놓을 수 없지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느냐는 조 소장은 최근 잇따라 날아든 낭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초창기 센터 입주기업이었던 보안업체 인젠·아이디스를 비롯, 최근 인수합벙(M&A)을 통해 해커스랩으로 거듭난 루튼 등 3개사가 최근 코스닥 신청에 들어가 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조 소장은 입주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대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인 관리를 통해 꼼꼼하게 체크한다.
올들어 최우선적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다름아닌 업체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해외진출 지원사업이다. 올 초 결성된 대덕밸리내 소프트웨어 관련 벤처 모임인 ‘대덕 아이티넷’ 결성에도 조 소장의 몫이 컸다. ‘업체들에 실질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 모임’을 모토로 내건 아이티넷 결성을 위해 간사 역을 맡았던 조 소장은 센터내 입주업체들을 커뮤니티 안으로 결집시키는 데 발벗고 나섰다.
벌써부터 어느 정도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머시스와 넷코덱, 우리별 텔레콤, 차일드넷 등 입주벤처 4개사가 일본의 브로드TV와 제품 수출계약을 체결, 일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업체들의 호주지역 진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문선주 전 호주 대사관 정보통신 상무관이 호주지역에 정보기술(IT) 마케팅 전문회사를 설립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즉시 연락을 취했죠.”
매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 소장의 노력 때문일까. 현재 이머시스와 호주업체간 수출협상 체결이 진행중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더군요. 급속히 변화하는 벤처산업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센터 운영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일관되게 이뤄져야 한다는 조 소장은 “올 하반기 지자체로 이관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