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엔비디아 그래픽칩세트 공급을 둘러싸고 이 제품의 국내 공급업체인 피치텔레컴(대표 변윤성)과 그래픽카드 전문업체 앱솔루트멀티미디어의 현지법인인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대표 양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피치텔레컴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칩세트를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업은 피치텔레컴뿐”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가 얼마전 본사와 합병한 영국 3D파워로부터 공급받은 엔비디아 그래픽칩세트를 국내 그래픽카드업체에 공급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치텔레컴은 또 피치텔레컴을 통해 공급받은 그래픽칩세트로 제조된 그래픽카드만이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바이오스나 드라이버 등에 대한 사용권한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가 기존 사업방식을 유지한다면 엔비디아 본사에 시장 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치텔레컴측은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는 현지법인이 아니라 단순 디스트리뷰터로서 본사의 그래픽카드를 수입·유통할 수 있는 권한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의 양얼 사장은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는 현지법인이 확실하며 본사로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칩세트를 공급받아 그래픽카드를 제조·생산하는 현재의 사업 방식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러한 사업 방식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이같은 공방은 그래픽카드 OEM 시장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피치텔레컴은 국내 그래픽칩세트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사의 대표부(representative)로서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특히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대형 PC제조업체의 그래픽카드에 사용하는 그래픽칩세트는 모두 피치텔레컴을 통해 공급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 진출한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가 PC제조업체들을 상대로 하는 그래픽카드 OEM 시장을 잠식하자 피치텔레컴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가 OEM 시장에서 세를 넓혀간다면 피치텔레컴의 입장에서는 영업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앱솔루트멀티미디어아시아 역시 사업 확대를 위해 OEM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양측의 다툼은 이러한 이유로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