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5)특별기고; 위자드소프트 심경주 사장

게임사업을 하게 되면 과연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최근 2∼3년간 게임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게임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2000여개에 달하는 게임업체 가운데 순수하게 돈을 벌고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약 1500개나 되는 개발사 중 실제 게임개발로 돈을 버는 회사는 1%도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게임 유통사들도 실제로는 3년을 유지하는 회사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게임사업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는 현재 국내 게임시장에는 전체적인 시장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게임회사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과 유통 인프라가 결여돼 있다.

 이 중에서도 유통의 문제는 우리 업계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현실적인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게임의 유통경로는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소프트웨어가 공급자(publisher)에 의해 유통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한국의 게임유통은 게임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정품 유통, 저가 패키지, 잡지 번들, 주얼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게임 제품이라면 당연히 정품 유통에서 그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제품의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공급사는 로열티를 주고 확보한 제품에 대한 각종 마케팅과 판촉을 실시한다. 그 다음 공급사는 물량을 용산 등지에 소재한 소수의 대형 도매상에 판매하게 되며, 대형 도매상들은 다시 중도매를 실시하거나 소매상에 물건을 판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윤이 붙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런 일련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의 판매가 예상과 다를 경우 대형 도매상들이 덤핑 등으로 유통질서를 흐려 놓는 경우다.

 때로는 원가 이하로 덤핑하기도 한다. 당연히 소매상 등 유통경로에 있는 상인들은 이런 제품을 외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이 2∼3년간 피땀 흘리며 개발해 온 제품의 가치가 한

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원인은 소수의 대형 도매상에 의존하는 유통구조와 그들의 ‘감’에 의한 비과학적인 ‘예상 판매량’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시장이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사가 판매량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또 유통단계를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벌써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고도의 유통 노하우를 가진 외국 직배사들은 소매상에 직판과 현금결제 제도를 실시해 이미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물론 이런 유통은 ‘킬러’ 제품을 가져야만 가능하다는 제한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유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보여진다.

 아직 그 비중은 작지만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나고 있고, ASP 엔진을 이용한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도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런 판매는 그 규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통의 단점을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과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에서의 게임 판매량이 증대되면서 용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달라지고 있고 소위 ‘라이트 유저’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매점 직판 유통과 할인점 유통, 온라인 유통의 공통점은 가격 체계가 일정하다는 것과 소비자 정보를 공급사(유통사)가 직접 수집, 분석하고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기호에 근거한 수요량 예측으로 공급물량을 적정하게 할 수 있고, 또 그 트렌드를 직접 제품 기획과 마케팅으로 연결함으로써 판매를 증대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게임개발사에 그 이익을 환원시키며 장기적인 게임 산업의 중요 인프라인 ‘유통구조’를 고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