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기사와 왈가닥 공주의 모험을 따라갈까. 바다에 잠긴 전설 속 대륙을 찾아나설까. 아니면 20세기 최고의 캐릭터 맛을 볼까.’
올 여름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계절로 기억될게 틀림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대작이 연이어 쏟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달 6일 ‘슈렉’을 필두로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파이널 환타지’,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8월 11일 개봉될 ‘포켓몬스터 2, 루기아의 탄생’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수작들이다.
‘슈렉’은 유머와 비틀림이 있는 만화영화다. 우리의 주인공 ‘슈렉’은 긴 금발의 왕자님이 아닌 늪지에 사는 초록빛 몬스터. 이 왕자님(?)에게 구원받는 아리따운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오나 공주는 허영이 심한 내숭쟁이다. 그리고 공주를 두고 슈렉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귀족 파쿠아드 경은 쇼트다리다.
하지만 이런 비틀기는 냉소가 아닌 낭만이다. 동화는 상상력의 세계이기에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슈렉의 기발함은 여름철 시원한 청량제가 될 것이다. 이제 괴물 ‘슈렉’이 벌이는 파쿠아드 영주와의 한판 승부를 기대해 보자.
월트디즈니는 이번 여름 수천년 전 바다로 가라앉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으로 가는 티켓을 내놓는다. 순수하고 고집이 센 언어학자 마일로는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선다. 그는 온갖 고난을 헤치고 드디어 아틀란티스에 도착한다. 하지만 신비의 크리스털을 놓고 탐험대 일행 중 일부 대원들이 배신하고 마일로는 위기를 맞는다.
이번 디즈니 대작에서는 기존 작품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디즈니 만화의 트레이드 마크로까지 여겨지던 전통적인 뮤지컬 방식을 버렸다. 서정적인 노래가 어우러지던 옛 매력을 추억하는 이들에겐 다소 아쉬운 점이다. 또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엿보인다. 동양인에 가깝게 묘사된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의 우상 ‘포켓몬’도 이번 여름을 달군다. 일본 ‘아니메’로 북미 대
륙을 삽시간에 점령한 바로 그 ‘포켓몬’이 두번째 이야기 ‘루기아의 탄생’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온다.
지킬드 박사는 환상의 포켓몬인 ‘루기아’를 깨우기 위해 불의 신 ‘파이어’, 번개의 신 ‘선더’, 얼음의 신 ‘프리저’를 잠에서 깨운다. 하지만 지우와 포켓몬 일행은 ‘불·번개·얼음의 신을 노하게 하면 천지가 파멸하리라’는 전설을 듣는다. 지우와 포켓몬 일행은 지킬드 박사를 막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대작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애호가들 사이에 그 포근함으로 유명한 ‘이웃집 토토로’, 3차원 애니메이션의 결정판으로 얘기되는 ‘파이널 환타지’ 등도 7월 개봉을 서두르고 있다.
애니메이션 개봉작을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특히 올해처럼 ‘재미있을 것이 분명한 작품’들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다만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아직 이들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8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한신코퍼레이션의 ‘별주부해로’에 기대를 걸어본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