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아담슨, 비키 잰슨 감독의 ‘슈렉’
엉뚱하고 엽기적인 3D 애니메이션. 못생기고 더러운 괴물과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슈렉’은 기발한 상상력과 패러디로 멋진 한판승을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인해 드림웍스가 ‘꿈과 용기’를 지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일격을 가하며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견고히 구축했다는 평가가 들려오고 있다.
드림웍스가 초창기부터 지향해 왔던 ‘성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에 대해 일부에서는 조심스럽게 ‘디즈니의 아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슈렉’은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컴퓨터의 기술력이 빚어낸 또 하나의 동화다. 컴퓨터가 기존의 애니메이션에 보다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
그러나 3D 애니메이션이 기존 2D 애니메이션에 비해 다소 차갑고 부자연스런 느낌을 준다는 선입견에 대해 드림웍스는 ‘개미’에 이어 ‘슈렉’에서 더 진일보된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킨다.
‘슈렉’은 그동안 3D에서 가장 까다로운 대상이었던 인간을 보다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슈렉’의 출발은 기존의 동화적 사고에 대한 철저한 반전과 패러디라는 점에서 사실상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신데렐라에서 백설공주·로빈훗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 동화책을 넘기며 상상속에 자리잡았던 아름다운 동화속 캐릭터들은 ‘슈렉’에서 여지없이 품위를 잃고 망가지며 ‘매트릭스’에서 ‘글래디에이터’에 이르기까지 3D로 재현되는 영화속 패러디의 재미도 만만찮다.
성밖 늪지대에 사는 못생기고 냄새나는 괴물인 슈렉. 그는 사람들과 동떨어져 자신만의 안식처에서 조용한 삶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게 말하는 당나귀 덩키를 구해주게 되고 수다쟁이 덩키는 슈렉의 조용한 삶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난쟁이에다 욕심많은 파콰드 성주에게 내쫓긴 동화속 주인공들이 슈렉의 보금자리로 쳐들어오자 슈렉은 자신의 생활을 되찾기 위해 성주를 찾아간다. 파콰드 성주는 불뿜는 용의 성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출해 자신과 결혼할 수 있도록 해주면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슈렉은 덩키와 함께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제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엽기’코드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슈렉’을 관통하는 콘셉트다. 그리고 이러한 엽기적 코드는 짓궂을 정도로 계속되는 디즈니 캐릭터의 비틀기를 통해 더욱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