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수출이다>(19)PCB-주요업체 수출 전략

◆삼성전기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최근 경쟁력이 뒤지는 품목을 대폭 정리하고 대신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비롯한 11개 품목을 세계 1위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사업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기가 내심 목표로 한 MLB 사업 전략의 요체는 오는 2005년 세계 PCB 시장에서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체 PCB 생산규모가 22억달러로 전세계 PCB 생산규모 410억달러의 5% 남짓한 데 삼성전기 혼자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PCB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만 전체의 생산실적보다 많은 규모다.

 다소 무리가 있어보이는 전략인 듯싶다.이에 삼성전기측은 달성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선행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생산품목을 특화, 집중육성하면 시장점유율 10%는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삼성전기는 램버스 D램용 모듈기판을 비롯한 메모리모듈, 빌드업 기판, 마이크로프로세서용 BGA 기판 분야에서 세계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같은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전기는 △초미세패턴설계기술 △표면처리 △첨단 원자재 개발 등 PCB 관련 10개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특히 첨단 PCB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기 위해 미국·유럽 등지의 첨단 PCB 특허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KAIST 등 국내 연구기관과의 산·연 공동 연구체제를 구축, 핵심소재를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국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소재의 경우 외국 소재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일본 선진국에 PCB 관련 디자인연구소와 포토숍을 설립,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외국 주요 전자세트업체와 공동 참여하는 글로벌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흑화처리공정·도금공정 등 일부 공정을 과감하게 아웃소싱, 공정별 전문 협력업체를 둘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첨단기술 조기확보 및 생산라인 재정비와 더불어 중국에 해외공장을 설립, PCB의 글로벌 공급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대덕전자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세계 통신시스템용 MLB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놓고 있다.

 80년대 초반 국산 전전자교환기용 양면 PCB를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개발한 이후 통신시스템용 PCB를 중점 생산해 온 대덕전자는 현재 세계 유수의 통신시스템업체에 일명 백패널이라 불리는 후판·초고다층 PCB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대덕은 세계 최대 통신시스템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노텔네트웍스가 주요 거래선 가운데 하나다. 물론 국내 통신시스템업체들도 통신시스템용 초고다층 PCB를 대덕전자에서 구매하고 있다.

 노텔네트웍스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통신시스템·네트워크시스템업체들은 대덕전자의 PCB라면 두말 않고 구매하고 있다는 게 PCB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지명도를 통해 대덕전자는 전체 매출 3400억원 중 7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기록했다. 직수출 물량도 1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록 올들어 주력 수출선 가운데 하나인 노텔네트웍스가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이 예년같지 않지만 올해 수출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 대덕전자의 수출전망이 밝게 비춰지는 까닭은 수년전부터 추진해 온 시의적절한 투자와 공격적인 해외마케팅 전략이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덕전자는 기존 초고다층 MLB에서 축적한 경험을 살려 휴대폰에 적용되는 빌드업 기판 분야에 진출했다. 대덕전자는 현재 월 2만5000㎡ 정도의 빌드업 기판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거의 절반 이상을 노키아를 비롯해 해외 유력 휴대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품목의 다변화와 더불어 대덕전자는 미국 제조전문 서비스업체인 EMS를 적극 공략해 현재 서너개 EMS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모텍

 

 코스모텍(대표 전우창)은 세계 PCB업계에서 그리 지명도가 높은 회사는 아니다. 코스모텍은 그동안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계열사에 가전용 PCB를 주로 공급해 온 내수전문 PCB업체로 자리매김돼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수전문 PCB업체로 인식돼 온 코스모텍이 최근들어 국내외 PCB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모텍이 갑자기 세계 PCB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과감한 품목전환과 해외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코스모텍은 지난해 가전용 PCB업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MLB사업에 진출했고 특히 국내 PCB업체들이 기술·생산 측면에서 참여를 주저해 온 테플론 PCB분야에 진출했다.

 현재 고주파 통신기기에 적용되는 테플론 PCB를 양산, 수출하는 업체는 코스모텍이 유일하다 할 수 있다. 테플론 PCB는 내열성이 우수, 고주파 통신기기에 주로 채택되는데 공정 자체가 까다롭고 국내 수요가 거의 없어 국내 PCB업체들이 선뜻 손대지 못하는 품목이다.

 코스모텍은 이 테플론 PCB에 과감히 참여, 이제는 세계 유력 테플론 PCB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스모텍이 해외시장 특히 중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진출이다. 코스모텍은 올해 중국 동관지역에 300만달러를 투자해 PCB공장을 건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파일럿 형태의 중국 공장을 운영해 온 업체는 2개 정도 있었으나 코스모텍처럼 양산 공장을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우창 코스모텍 사장은 “일단 중국 공장을 가동, 현지 진출한 국내 전자업체를 상대로 PCB를 출하하고 여기서 경험을 쌓아 중국 세트업체에 공급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연말경 추가로 300만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이어 “국내업체들이 중국 진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치밀한 시장조사 및 시장전망을 바탕으로 투자하면 승산이 있다”면서 국내 대형 PCB업체의 중국투자가 뒤따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심텍

 

 심텍(대표 전세호)은 반도체 패키지 전문 PCB업체로 불린다. 200여개에 달하는 국내 PCB업체 중 심텍이 이처럼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전문업체로 지칭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국내 대부분의 PCB업체들이 가전용에서 산업용까지 다양한 PCB를 생산하는 종합 PCB업체를 꿈꾸는 데 비해 심텍은 오로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만 주력하는 특화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텍은 램버스·스키온 등 미국내 유력 반도체 및 생산 장비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메모리 모듈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BGA기판, 멀티칩모듈(MCM), 칩스케일패키지(CSP) 등 첨단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세호 사장은 “반도체사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사업도 시의적절한 개발과 투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면서 “특히 한 발 앞선 기술개발을 통한 투자만이 선도업체로 존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특화전략으로 심텍은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업체는 물론 인텔·커넥선트·마이크론테크놀로지·NEC·뉴텍·인피니온 등 세계 주요 반도체 및 반도체 패키지 전문업체에 각종 패키지 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의 95% 이상이 직수출 내지 로컬 형태로 해외로 팔려나가는 셈이다.

 여기에다 올해부터는 심텍이 전략제품으로 개발해 온 램버스 메모리 모듈의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반도체 기판 시장만을 공략해 온 심텍은 최근 제2의 도약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름아닌 일본 최대 PCB업체인 CMK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빌드업 BGA기판을 공동으로 개발·생산키로 한 것이다.

 ‘연구개발은 미래 수익의 씨앗’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전 사장은 “이르면 올 하반기까지 300억원을 투입, 램버스 모듈 전용라인을 구축하고 연말부터는 차세대 빌드업 BGA기판용 생산설비 구축을 구상하는 등 반도체 기판사업에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1000억원, 내년에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어 명실상부한 반도체 패키지 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전자BG

 

 두산전자BG(대표 이정훈)는 국내 최대 PCB 원판업체다.그러나 이같은 명성은 어디까지나 내수용이다. 세계 PCB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 PCB업체간에 두산전자BG의 원판을 사용하고 있다고 드러내놓고 설명하는 업체가 없다.

 물론 세계 유명 전자업체들도 자사 제품용 PCB 원판으로 반드시 두산전자BG의 원판을 사용해 주십시오라고 지명하는 업체도 없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대명사인 BGA기판의 경우 일본 미쓰비시의 ‘BT’원판을 사용하라든가, 네트워크 시스템용 보드의 경우 이졸라 혹은 넬코의 원판을 사용하라는 등 소위 노미네이션을 두산전자BG는 받아본 적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독자기술의 원판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수용 원판업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두산전자BG가 올들어 달라지고 있다.

 국내 PCB업체와 비공개 조건(NDA)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맞춤형 원판을 개발하는가 하면 미국내 유력 전자세트업체와 제품 초기 개발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전자BG는 국내는 물론 해외 PCB업체 서너군데와 전략적 제휴아래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지금까지의 제품개발 전략이 수입 원판의 국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신소재 개발을 통한 기회 선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두산전자BG는 해외 직접 진출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우선 중국 상하이에 300억원을 투자해 페놀원판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현재 부지 매입이 완료,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하이 공장이 내년 3월경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약 700억∼800억원의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두산전자BG측의 설명이다.

 두산전자BG는 이같은 기회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전략이 주효하고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한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 내년 예상 매출액 6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서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