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전자산업의 성장세가 현격히 저하되고 특히 우리나라 전자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첨단 IT산업의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TFT LCD 가격의 급락 등 불리한 대외여건이 국내 전자산업의 수출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경제여건 속에 국내 PCB산업은 IMF 이후 최대의 불황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PCB산업은 매년 두 자릿수의 양적 성장을 통해 일본·대만과 더불어 세계 주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국내 전자산업에 많은 기여를 하고 핵심제품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PCB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이 안고 있는 것처럼 취약한 수출경쟁력구조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PCB제조업을 둘러싼 전후방산업은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대만과 상당한 격차가 있고 국내 고유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산업환경을 개선, 국내 PCB산업을 유망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거점·마케팅·경영시스템 등 글로벌화의 포인트를 찾아 업체의 규모에 맞는 다양한 전략적 제휴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유럽·일본·대만 업체들이 금세기초 최대 전자시장으로 손꼽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의 규모로 미루어 볼 때 올해 말쯤 세계 최대의 생산지역으로 성장하게 될 중국시장에서 위력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국내 PCB업체들은 움직임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무리한 글로벌전략이 자칫 기업의 흥망을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의 규모에 맞게 준비된 글로벌전략이야말로 국내 PCB산업 수출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둘째,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PCB산업에서는 품질과 납기의 고객만족이라는 말은 진부한 단어가 돼버린 지 오래됐다. 바꿔 말하자면 품질과 납기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일본 및 대만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업종에서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그들 나름대로의 영역을 특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해외에서 업계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무조건 물량확보만 된다면 거래하는 출혈경쟁 영업 관행이 잔존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보다 성숙된 마케팅력으로 이러한 행위를 과감히 지향하고, 어려움은 있겠지만 우리 업계 스스로가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우리의 PCB업체도 생존과 고부가가치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부문의 강화와 체계적인 인재육성을 통해 고유기술을 확보하고 관리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며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원가구조를 실현했을 때 세계시장에 내놓아 손색이 없는 제품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본다.
셋째, PCB제품이야말로 설계·정밀가공 및 도금·광학·재료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조화돼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제품의 원가를 줄이고 원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PCB산업을 둘러싼 생산설비·원부자재·약품 등과 같은 전후방산업의 질적·양적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산화율은 경쟁국가인 미국·일본·대만 업체에 비해 턱없이 뒤처져 있다. 이제부터라도 PCB산업관련 종사자 모두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초체력을 육성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PCB산업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심과 전폭적 지원 그리고 업체간 원활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교류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싶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