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황금시장. 전세계 DB시장을 놓고 수위업체인 오라클과 그 뒤를 쫓는 IBM, MS간의 3사 경쟁이 삼국지를 방불케 한다. IBM은 인포믹스 인수를 전격 단행한 데 이어 파격적인 가격정책과 윈백프로그램을 구사하면서 ‘오라클을 넘어서(Beyond Oracle)’를 외치고 있다. MS 역시 윈도NT의 영향력과 DB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오라클·IBM과의 격차 줄이기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오라클이 아니다. 전략 신제품인 오라클9i DB를 출시하며 멀찌감치 달아날 채비를 하는가 하면 오히려 경쟁사의 고객을 적극 흡수하겠다며 공세로 맞받아치고 있다. DB 중원은 누가 평정할 것인가.
오라클국의 수장 래리 엘리슨은 요즘 IBM국과 MS국의 동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십년 이상 DB 중원에서 위세를 떨쳐 왔지만 최근들어 이들 두 나라가 오라클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땅을 확보하겠다며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DB 중원은 가장 넓은 영토에 수확량도 최고인 유닉스지역과 가장 오래된 호스트지역, 그리고 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가능성이 큰 윈도NT지역으로 나눠져 있어 이들 세지역을 오라클·IBM·MS가 비교적 사이좋게(?) 나눠먹기 해왔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호스트지역에 먹을 것이 별로 없어지면서 IBM국이 유닉스지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MS국은 윈도NT지역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유닉스 영토를 잠식하고 있어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데이터퀘스트라는 분석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오라클국과 IBM국의 DB 영토 점유율은 각각 33.8%와 30.1%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격차다. 여기에 불과 5년전만 해도 10%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던 MS국이 지난해 15%까지 따라붙더니 이제는 수위 자리도 서서히 넘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 3개국의 수장은 요즘 DB영토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수위 자리를 유지·탈환하기 위해 최신 병기(신제품)를 만들고 군사훈련(인력 충원 및 교육)을 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또 지지세력(개발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동맹군(서버·SI·솔루션 개발사 등) 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IBM국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IBM국은 이미 지난해 오라클국의 제품보다 무조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불조건도 훨씬 파격적으로 대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더욱이 이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인포믹스국을 무려 10억달러나 주고 전격 합병, 다음달 1일부터 공동작전을 펼치기로 해 1등국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IBM이 이렇게 공세를 펴고 있는 밑바닥에는 위기의식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 호스트지역을 제외하고 유닉스지역에서는 오라클국과 50%포인트 가량의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다 윈도NT지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MS도 2위 자리를 넘보고 있어 이 참에 뭔가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 IBM의 입장이다.
IBM국 참모들은 인포믹스국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무기나 군사력은 괜찮은데다 인포믹스국을 지지하는 민심 기반도 적지 않아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영토확장에 나선다면 단시일내에 정상 등극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특히 이미 오라클국에 살고 있는 백성들에게 IBM국으로 귀화할 경우 조기정착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인포믹스 인수로 IBM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오라클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IBM과 인포믹스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오라클국으로 흡수하기 위해 세이프스위치라는 이주 및 정착 프로그램(migration program)을 가동하는 한편 최신 병기인 오라클9i DB를 하반기부터 본격 선보여 수위 전략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DB가격이 높다는 불만이 많이 접수되자 최근 가격산정방식을 개편해 25∼50% 인하효과를 제공하겠다고 전격 발표, 흉흉해진 민심수습에 나섰다.
최근에는 ‘IBM의 초고속 컴퓨터에서 가장 빠른 DB는’ ‘오라클이 IBM보다 SAP를 4배 더 빠르게 가동시키는 것을 아십니까’ 등등의 방을 곳곳에 붙이며 IBM국 견제에 열중하고 있다. 심지어 ‘오라클9i가 세계적인 기록을 세워가는 동안 IBM DB2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합니다’라는 방에서는 IBM이 최근 선보인 DB기술이 오라클이 이미 10년전 오라클7을 통해 선보인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IBM국의 자존심까지 건드리고 있다.
그러나 오라클국도 위기를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 IBM이라는 위협요인 외에도 최근 민심이 윈도NT로 많이 쏠리면서 MS국의 DB영토 확장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MS국의 SQL서버는 몇년전만 해도 고작 조그만 고을 몇개 정도만 장악한 정도였지만 최근들어 최신 병기와 막대한 마케팅력을 동원해 세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엄두도 못냈던 큰 마을(대형고객사이트)을 잇따라 접수하고 있으며 특유의 저인망식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오라클과 IBM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MS국의 전체 DB영토 점유율은 15% 가량으로 해마다 1.5∼2%포인트씩 늘려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5년 이후 MS국의 점유율은 25%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MS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윈도NT지역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DB영토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가운데 유닉스지역이 15% 확대에 그친 반면 윈도NT지역은 34%나 넓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3∼5년내 DB 중원은 누구에 의해 지배될 것인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수위 자리에 있든 나머지 두개 업체의 철저한 견제와 공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3강구도가 비교적 오랜기간 깨지지 않은 채 시장과점체제를 굳혀나간다는 사실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빅3의 DB시장 독식 심화…전문업체 멸종상태
‘공룡 3마리만 남고 전문업체 멸종하다.’ 3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됨에 따라 중소 전문업체들이 설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오라클·IBM·MS 3사가 세계 DB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8.8%에 이르고 있다. 지난 97년 67.8%였던 것이 해마다 3∼4%포인트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장하고 있는 윈도NT분야에서는 무려 93.8%나 차지해 앞으로 윈도NT DB비중이 커질수록 이들 3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세계 DB시장에서 이들 3사 외에 DB사업을 진행하는 전문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이베이스가 그나마 DB 전문업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며 대부분 빈사상태에 빠졌다.
사실 4∼5년전만 해도 DB 전문업체가 적지 않았다. 인포믹스·사이베이스가 건재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O2테크놀로지·오브젝트스토어·오브젝트디자인 등 순수 객체DB 전문업체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빅3가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으로 시장을 잠식해 가면서 영세한 전문업체들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 하나둘씩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수합병됐으며 일부 업체는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국내시장 오라클-MS 영향력 더욱 커
국내 DB시장 역시 세계시장과 마찬가지로 오라클·IBM·MS가 3강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약간 다른 점은 오라클의 독주가 두드러지면서 MS의 시장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 이들 업체가 국내 DB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80% 가량으로 세계시장과 엇비슷하지만 한국오라클이 40%대의 막강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본사보다는 국내에서 3∼4%포인트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IBM은 호스트DB 매출까지 포함해도 전체 DB시장 점유율이 20% 안팎에 불과하며 호스트분야를 제외할 경우에는 10%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만큼 한국IBM의 갈길이 가장 바쁘다. 한국IBM은 점유율 격차가 있긴 하지만 본사의 방침대로 단기간내 DB시장 넘버1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닉스 및 윈도NT 분야에서 연간 두배 이상 매출확대를 이룬다는 계획. 다음달부터 인포믹스 조직 통합을 통한 효과도 기대하고 있으며 오라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윈백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MS는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2002년 회계연도에는 아예 시장점유율 30%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실 MS의 시장흡입력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99년 60억∼70억원에 그친 DB매출이 지난해에는 220억원으로 늘어났다. 3배 이상 덩치를 키운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30% 시장을 점유하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MS는 최근 엔터프라이즈 조직을 50명 규모로 크게 확대하면서 DB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최근 DB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경쟁사의 공세가 오라클의 아성을 허물지는 못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11일 출시되는 오라클9i 신제품을 통해 업체간 격차를 더욱 벌여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보고 인포믹스 및 IBM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윈백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