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등 유럽지역 국가들이 최근 정보통신(IT)·생명공학(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 등의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오는 2020년께 IT가 접목된 생명공학을 통해 기술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생명공학 정책에 새로운 개념인 ‘바이오 지역경쟁(BioRegio-Wettbewerb)’ 체제를 도입, 제약·의학산업, 화학산업, 농업, 환경부문, 정보산업기술, 신재료, 에너지 기술분야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독일 연구기관 및 재독 과학자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교육과학부는 지난해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는 핵심기술분야로 생명공학, 분자의학, 보건 및 의학, 정보통신기술을 정하고 올해 이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98년 대비 평균 8.2% 증액한 153억7200만마르크로 책정,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분야별 투자액을 보면 올해 전체 과학기술예산 가운데 생명공학 분야는 지난 98년 1억6800만마르크에서 올해 30.4% 증액된 2억2000마르크, 분자의학은 47.8% 늘어난 96억마르크, 보건 및 의학은 12.9% 증가된 1억8600억 마르크, 정보통신기술은 9.8% 증가된 5억2800만마르크다.
특히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 연방정부와 주 정부 공동으로 지원받는 생명공학연구협회(GBF)와 같은 대형 연구기관, 구 동독지역에 설립된 청색리스트 산하의 연구기관, 베를린·하이델베르크·쾰른·뮌헨 등지에 있는 유전센터(Genzentren)와 같은 곳이 생명공학연구에 치중하고 있으며 연방교육연구부(BMBF), 연방농림수산부(BML), 연방보건부(BMG) 등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소재 및 요소기술, 생산 기술 및 제조기술, 미세전자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는 프라운호퍼 연구회는 전체 연구비 4억9600만마르크 가운데 22.1%를 미세전자 및 미세시스템기술 등 IT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나노분야는 중요한 핵심기술로 간주하고 매년 650만마르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신에너지 기술분야도 사민당(SPD) 집권 이후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을 국가적인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프랑스의 경우 테크노폴이라 이름 붙여진 42개의 과학단지를 중심으로 동부의 제약, 서부의 IT 및 식품공학, 중부의 생명공학, 남부의 의학 및 IT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파리 남쪽으로부터 30km 떨어진 신도시 에브리에 위치한 생명과학단지를 중심으로 40여개의 연구소가 들어서 인간 게놈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산·학·연 공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재독과학기술자협회 간사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아헨공대 연구원은 “첨단산업에 대한 연구투자비가 최근 증액되고 있다”며 “ IT·BT·ET·NT 등 대부분의 산업 자체가 퓨전기술이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특정하게 이름 붙여져 투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제약산업의 신제품은 최근들어 제약제품의 3분의 2 정도가 생명공학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생명공학은 유럽연합의 부가가치 창출 중 약 9%, 고용창출의 약 8%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헨(독일)=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