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자회사 및 출자사 채무보증 재무부담

 

 정보기술(IT)업체들이 최근 자회사나 출자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늘리면서 적지 않은 재무부담을 안고 있다.

 28일 코스닥 증권시장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IT업체들이 지난 99년 하반기부터 활황세를 보인 코스닥시장에 대거 입성하면서 마련한 자금으로 펀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출자사나 자회사를 늘렸으나 올들어 이들 관계사가 국내 IT경기와 증시 침체 여파로 사업자금 확보 등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자 최근 채무보증을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코스닥등록 IT업체 중 5개사가 자회사나 출자사에 200억여원에 이르는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이들 5개사가 자회사나 출자사에 제공한 채무보증액은 5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대다수 IT업체의 자회사나 출자사는 최근 설립된 법인이 많고 자본금은 적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채무보증을 서지 않는 한 사업확장은 물론 운영자금 마련조차 힘든 형편이다. 게다가 올들어 IT경기가 바닥권을 헤매면서 실적마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해 모기업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A사의 경우 최근 한 자회사에 운영자금 일반대출과 어음할인 등 50억원의 채무보증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올들어 이 회사에만 3번에 걸쳐 총 187억원 가량의 채무보증을 섰다. A사는 또 현재까지 출자관계에 있는 5개사에 총 203억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A사 재무담당 이사는 “자회사의 매출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운영자금에 대한 차입이 불가피해 모회사가 채무보증을 떠 안을 수밖에 없었다”며 “자회사가 올해 목표매출을 달성하고 계획대로 내년에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채무보증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B사는 최근 14.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출자사에 자금대출에 관한 15억원 규모를 포함해 총 32억5000만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B사 사장은 “출자사의 지난해 실적이 미미한 탓에 독자적으로 은행 여신을 받을 수 없어 채무보증이 불가피했다”며 “최근 출자사의 고객사인 대만업체가 액면가의 30배를 이 회사에 투자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은데다 조만간 자체 펀딩 등을 통해 채무보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사는 최근 자회사에 15억원 규모의 무역어음대출에 대한 담보제공 채무보증을 합해 현재까지 자회사 및 관계사에 총 23억5000만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D사도 지난달 출자사가 발행하고 한 금융기관이 인수하는 2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에 대한 채무보증을 섰다.

 이밖에도 몇몇 업체는 회사와 지분관계가 없는 회사에 채무보증을 서는 등 채무보증 관계로 얽히는 IT업체가 증가 추세에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IT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식시장 불황으로 펀딩 시장마저 얼어붙어 자회사나 출자사의 채무보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자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대신 자체적인 펀딩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최근 IT시장과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제값을 받아내기 어려워 펀딩을 뒤로 미뤘다”며 “은행에서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인정하지 않는 한 자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채무보증은 잠재적인 부채로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전통기업들은 채무보증을 서더라도 출자사나 자회사의 설비 자체가 담보 역할을 하지만 성장기업인 IT업체는 기술력과 영업력에 대한 채무보증이 많아 보증을 선 회사가 부도를 낼 경우 그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며 “자회사나 출자사에 채무보증을 선 IT업체들에 대해선 잠재적인 부채를 감안해 투자등급을 낮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