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되는 인터넷은 TCP/IP라고 부르는 프로토콜을 기본으로 운영된다. 프로토콜이란 서로 다른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호 규약’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오고 가는 정보를 ‘패킷’이라 부르며 그 패킷은 발신자와 수신자 주소 그리고 정보 그 자체인 헤더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가령 우리가 편지를 보낼 때 봉투에 메시지를 담은 편지지를 넣고 겉봉투에 발신자와 수신자 주소를 명기하는 일반 우편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이때 IP는 각 패킷 주소를 할당해 정보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터넷은 이같은 패킷 단위의 정보를 얼마나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문제는 지난 20여년 동안 사용해온 표준 IP 프로토콜 ‘IP버전4(IPv4)’의 주소할당 능력이 서서히 한계점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보급의 폭발적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IP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IPv4 체계에 변화가 없다면 이르면 3년, 늦어도 10년 안에 할당할 수 있는 주소가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 미국 인터넷활동위원회(IAB)는 32비트 체계의 IPv4를 128비트로 확장한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권고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고 미국 FTP소프트웨어가 지난 97년 이를 토대로 한 IPv6를 개발했다. 막연한 차세대 주소체계로 간주되던 IPv6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IPv6는 산술적으로 2128개의 인터넷 주소 시스템을 갖도록 설계돼 있다. 할당
가능한 주소는 무려 31조여개(2의 128승)로 거의 무한대로 봐도 무방하다. 232개의 주소 시스템과 42억개(2의 32승)의 할당 가능한 주소를 처리할 수 있는 IPv4와는 비교할 수 없다. IPv6는 이와 함께 IPv4와 달리 패킷 암호화 기술이나 패킷 송신 인증기술 등 최근 인터넷 환경에서 요구하는 보안규격을 기본으로 지원한다. IPv6를 ‘차세대 IP’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IPv6의 상용화를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AT&T· 3COM· NTT 등 이미 세계 각국의 80여개 정보기술(IT)기업들이 만든 ‘국제IPv6포럼’이 중심이 돼 관련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IPv4와 IPv6 비교
IPv6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IPv4보다 데이터 처리속도, 동시 데이터 처리용량, 인터넷 주소체계 면에서 대폭 확장된 차세대 인터넷의 핵심기술이다. 이 기술은 동영상, 음성 파일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압축해 e메일에 활용할 수 있고 수신인이 파일을 열면 음성과 동영상이 자동 재생된다. 또 e메일이나 웹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때 암호화 기술을 탑재해 자동 보안처리되며 IPv4와 달리 데이터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IPv6는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과 보안인증장치가 탑재돼도 기간통신망인 백본에서 초당 45Gb, 인터넷 전용선에서 초당 40MB의 빠른 속도로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기존 IPv4가 ‘4기통 인터넷’이라면 IPv6는 ‘16기통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IPv6 기술의 특징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인터넷 주소체계. 기존 IPv4는 구리로 된 전화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32비트 주소체계를 갖고 있어 약 42억개의 인터넷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IPv6는 초고속 광통신망을 기준으로 설계돼 128비트 주소체계를 가져 거의 무한대로 인터넷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IPv4는 8비트씩 4부분으로 10진수로 표시되지만 IPv6는 16비트씩 8부분으로 16진수로 표시되는 점이 다르다. 또 IPv4는 A·B·C·D 등 클라스 단위로 비순차적으로 할당해 비효율적인 반면, IPv6는 네트워크 규모와 단말기 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상당히 효율적이다.
네트워크 품질제어면에서도 IPv6는 등급과 서비스별로 패킷을 구분할 수 있어 IPv4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밖에도 IPv6는 IPv4와 비교해 ‘플러그 앤드 플레이’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무선 인터넷을 위한 모바일 IP로 활용할 수 있고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웹 캐스팅 서비스를 손쉽게 지원할 수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