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인터넷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와 파괴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이 다가오고 있다. 고품질 멀티미디어를 언제 어디서든 초고속으로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꿈의 인터넷’, 이른바 ‘차세대 인터넷(NGI:Next Generation Internet)’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5 미국 클린턴 정부가 ‘NGI 프로젝트’를 발표할 당시만해도 차세대 인터넷은 우리에게 그저 막연하게만 들렸다. 그러나 98년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가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에 대한 표준을 확정, 기술개발에 대한 방향이 정립되고 99년 관련기업 및 단체로 구성된 컨소시엄, ‘국제IPv6포럼’이 출현한 이후부터 상용화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인구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차세대 인터넷 기술이 ‘연구소’를 넘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신규로 할당할 ‘IP(Internet Protocol)’의 고갈이 우려되는 등 기존 인터넷이 심각한 한계에 직면한 탓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인터넷은 올들어 세계적인 화두로 급부상했다.
그렇다면 차세대 인터넷이란 무엇이고, 이것이 도입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또 대체 어떤 것이기에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수반하며 ‘제2의 혁명’을 예고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그동안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많은 불편함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바로 차세대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인터넷은 기존 인터넷의 한계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했다. ‘필요’가 ‘발명’을 낳은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소 체계. 우리가 지금까지 약 20년간 사용하고 있는 32비트 IPv4주소체계는 비 효율적인 할당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주소생성이 고작 5억∼6억개에 불과하다. 자연히 한정된 IP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다름아닌 128비트 주소길이의 ‘IPv6’체계다. IPv6는 할당 IP 수가 약 341조개, 즉 거의 무한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IPv6가 도입되면 IP고갈문제가 일거에 해결됨은 물론 정보가전 등 거대한 신규 IP수요 창출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정보가전의 만남이 가속화돼 모든 가정용 전자·통신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이른바 ‘홈 네트워킹’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차세대 인터넷이 상용화되면 또 엄청난 속도로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간편하게 송수신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모든 멀티미디어 정보를 초고속 전송하기 위한 ‘광인터넷(Optical Internet)’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애플리케이션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유선 중심인 기존 인터넷과 달리 PDA·IMT2000 등 모바일기기가 효과적으로 결합돼 유무선 통합 인터넷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차세대 인터넷의 대표적인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IPv6체계 아래서 효율적인 모바일 IP할당이 가능해 인터넷의 이동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90년대 후반 노키아 연구센터의 찰스 퍼킨스가 모바일 IPv6를 창시한 이래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바일과 차세대인터넷의 연계 기술개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 외에도 차세대 인터넷은 공급자 중심인 현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고 품질보증(QoC)이 유리하며 보안의 강점으로 정보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은 이처럼 이제까지 우리가 사용해온 인터넷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결국 엄청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차세대 인터넷으로 인해 창출될 것이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에 따라 세계는 바야흐로 차세대 인터넷 전쟁을 벌이고 있다.
종주국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세계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3대 진영이 범정부 차원에서 집중 투자를 통해 불꽃튀는 물밑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크호스 중국도 최대 소비국에서 단번에 생산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차세대 인터넷에 엄청난 인적·물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대만, 인도, 호주 등 신흥 IT강국들도 선두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전력투구중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인터넷 강국의 이미지를 차세대 인터넷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정통부를 축으로 산·학·연 등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통부는 특히 ‘IPv6도입을 통한 차세대 인터넷 기반 구축 계획’을 수립, △초고속망 고도화 △IMT2000서비스 △인터넷 정보가전 △광인터넷 기술개발 계획 등과 연계, 추진할 방침이다. 전세계 분산된 컴퓨팅 파워와 초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유기적으로 연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GRID’프로젝트도 최근 닻을 올렸다.
업계의 움직임도 부쩍 바빠졌다. 한국통신·SK텔레콤·하나로통신·드림라인 등 대형 통신사와 ISP들이 IPv6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요소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2소프트·오피콤 등 전문업체들도 IPv4/IPv6변환기 등 핵심 솔루션 개발을 완료, 다가올 ‘차세대 인터넷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IPv6포럼코리아’(의장 김용진)를 축으로 업계간 정보교류와 협력 비즈니스 창출, 국제 표준화 활동 등에도 아주 적극적이다.
3일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막을 올리는 ‘국제IPv6서미트코리아’는 국내 차세대 인터넷 붐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차세대 인터넷 전문가들이 대거 내한, 세계 각국의 개발 및 상용화 준비상황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될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차세대 인터넷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관련 산업 부흥의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20년전에 만들어져 사용돼온 기존의 인터넷은 이미 여러 곳에서 극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제하며 “차세대 인터넷은 우리에게도 인터넷 강국의 이미지를 더욱 확산시키고 인터넷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