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세싱시대 열린다>(4)향후전망

기업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CPU업체들의 도전은 서버시장과 프로세서시장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방대한 생산능력을 갖춘 CPU업체들은 중대형(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도 PC에서처럼 범용 프로세서를 도입하고 개방된 운용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켜 새로운 형태의 수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버업체들이 전용 프로세서와 전용 OS를 중심으로 시장을 독점해왔다면 CPU업체들은 핵심 칩의 대량공급을 바탕으로 전체 서버시장의 가격경쟁을 부추기면서 끼어들기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CPU업체들의 서버시장 참여방법이 비단 서버업체들과의 경쟁구도로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HP와 협력, 아이테니엄을 개발해 내놓은 것처럼 CPU업체들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서버업체들과의 짝짓기를 통한 우회공략법도 활발히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물꼬가 바로 인텔과 컴팩의 제휴다. 인텔이 컴팩으로부터 ‘알파칩’ 기술을 이전받고 컴팩이 인텔의 ‘아이테니엄’을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서버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모두 취약한 부문을 서로 가려줄 수 있다는 데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비록 인텔이 ‘아이테니엄’을 바탕으로 ‘매크로프로세싱’ 전략을 내세워 서버시장을 공략한다고 선언했지만 PC서버를 제외한 중대형 컴퓨터 등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이테니엄’이 서버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다 OS와 데이터베이스(DB) 툴 등이 갖춰지지 않아 당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컴팩이 알파칩을 포함, 그동안 서버시장에서 닦은 노하우를 인텔에 전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와 아이테니엄 후속모델 ‘매킨리’가 출시되면 경쟁구도는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알파칩 기술력이 아이테니엄과 결합할 경우에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차세대 프로세서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인텔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의 최종 목표는 아이테니엄을 서버시장의 중심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컴팩이 알파칩 기술이전과 함께 전 제품을 아이테니엄 기반으로 포팅하기로 한 것도 이를 예고하는 첫 사례로 풀이된다.

 인텔은 이를 통해 조립서버(화이트 박스) 등으로 PC서버시장을 85%나 잠식한 것처럼 미드레인지급이나 엔터프라이즈 컴퓨터 시장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같은 지배력을 행사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서버시장을 인텔 프로세서에 기반을 둔 제품과 그 나머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인텔의 전략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PC시장에서 경쟁사였던 AMD나 트랜스메타는 상당히 약하다. AMD도 멀티프로세싱(MP)을 내세운 전략을 발표하고, 트랜스메타도 전력소모량이 적고 발열량이 적은 서버 칩들을 내놓았지만 인텔처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종 판가름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IBM에 달렸다. 독자적인 칩 기술과 OS, 마케팅력 등을 갖춘 이들이 인텔의 CPU를 채택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서버시장의 판도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