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형! 속 시원하겠습니다. 꼭 3년 1개월만의 법정공방이 일단락됐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98년 5월 18일이던가요. 정부를 비롯한 19개 주정부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딴죽’을 걸어 M형을 소송한 것이. 그리고 지난해 6월이지요. ‘나폴레옹 같은 독재자’ ‘시정의 깡패’ 운운하며 M형의 회장에 반감을 보이던 잭슨 판사가 M형을 ‘마이크로하고 소프트’하게 나누라고 하던 것이.
M형이 누구입니까. 10년간의 장기호황이 M형이 없었던들 가능이나 했겠습니까. 그리고 재판과정 중 M형이 누차 강조한 기술혁신의 앞자리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하지만 M형! 형도 아실겁니다. 일부에서 M형을 일컬어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모범기업’이 아니라 모방과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형편없는 기업’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을.
사실 오늘날의 M형을 있게 한 MS-DOS는 M형이 개발한 것이 아닙니다. 시애틀의 한 프로그래머에게 단돈 500달러에 사들인 것입니다. 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준 주인공인 윈도의 경우에는 애플의 인터페이스 모방설에 휘말려 7년간의 송사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뿐입니까. M형의 워드는 워드퍼펙트와 워드스타를 대신한 것이었고 파워포인트는 하버드그래픽스를, 그리고 엑셀은 로터스를 대신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M형은 브라우저시장이 커지자 뒤늦게 황급히 뛰어들어 익스플로러를 공짜로 배포하면서 선발주자인 넷스케이프를 격침시키기도 했지요.
사정상 M형의 경쟁자들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마케팅의 수완가일 뿐”이라고 M형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M형은 현재 3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유와 함께 매달 생기는 현금 액수만도 1억달러나 된다지요.
기실 위기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M형이 이제껏 수많은 위험을 기회로 바꾸면서 승승장구한 것이 그 예이겠지요.
하지만 M형! 앞으로의 길이 M형에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M형의 행위에 대해 독점이라는 멍에가 씌워진 것이 그렇습니다.
M형! 이제 오는 10월 25일이면 M형은 새롭게 탄생합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을 들여온 윈도XP가 발표되는 날이지요. PC에 이어 인터넷시대도 제패하기 위한 M형의 이 야심작을 저는 계속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이후로는 ‘The end justifies the means’라는 M형 나라의 속담을 과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순전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는, 목적보다는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기는 나의 취향 때문입니다. M형! 다음에 또 볼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