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KIST 연구팀이 온도감응성 폴리포스파젠계 의약전달체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펩타이드(peptide)계 약물 및 항암제 투여 등에 약물 전달체로 응용이 가능한 폴리포스파젠(polyphosphazene)계 신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박호군) 생체과학연구부 손연수·송수창 박사팀은 상온 이하에서는 용액(sol) 상태를 유지하다가 체온 이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젤(gel) 형태로 변화, 약물투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온도감응성 폴리포스파젠계 고분자 화합물을 개발했으며 2003년 상반기쯤 실용화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이 신물질은 질소와 인으로 구성된 무기고분자 골격에 친수성인 폴리에틸렌글리클(PEG)과 소수성인 아미노산을 도입해 합성한 무기 고분자 화합물로 기존 온도감응성 유기 고분자에 비해 분해성이 뛰어나고 독성이 없어 실용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사하기 까다로운 펩타이드계 약물이나 항암제를 함께 상온에서 물에 녹여 환자에게 주사로 투여할 경우 체내에서 젤 형태로 바뀌게 돼 약물이 젤 내부로부터 서서히 방출되게 함으로써 약효를 1주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 생분해성을 갖고 있어 약물방출 후에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분해돼 배설되므로 대부분 난분해성인 유기 고분자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KIST는 밝혔다.
최근 많은 종류의 펩타이드 및 단백질 계열의 약물들이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임상에 응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약효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워 하루에도 수 차례 주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은 물론 치료에도 큰 불편이 따르고 있어 한번의 투여로 효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약물 전달체의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었다.
KIST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예비 독성실험을 실시한 결과 체내에서 염증반응을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며 “수용액에서 약물을 쉽게 녹일 수 있고 상온에서 주사 투여가 가능해 사용이 편리할 뿐 아니라 비수용성인 약물도 용해가 가능하므로 응용범위가 광범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IST 연구팀은 이와 관련,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10개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내 벤처기업인 파이크사와 다양한 국제적 상품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