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창업비용 3만2000원.’
이제 마음만 먹으면 최고경영인(CEO)이 될 수 있다. 초기비용 3만2000원이면 회사 설립이 자유자재다. 사원채용에서 코스닥 등록까지 모든 회사경영을 체험할 수 있다. 꿈같은 얘기라고. 물론 현실은 아니다. 그렇다고 꿈도 아니다. 바로 사이버 세상에서 가능한 일이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벤처타이쿤’이 지난달 말 출시됐다.
‘벤처타이쿤’은 국산 게임으로는 드물게 경영을 소재로 한 화제작. 정품 타이틀 구입비용 3만2000원만 내면 게이머를 CEO로 만들어 준다.
그동안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은 EA의 ‘심즈시리즈’ 등 외산이 주류를 이뤘다. 국산 게임으로는 쿠키가게를 운영하는 ‘쿠키샵’이 지난해 말 출시돼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벤처타이쿤이 다른 경영 게임과 구분되는 점은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게이머는 사이버 가상도시에서 여러 사람과 경쟁하며 경영실력을 쌓을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서울 메가웹에서 열린 ‘벤처타이쿤 고연전’은 멀티플레이 기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게임대회.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들이 평소 익힌 경영이론을 바탕으로 불꽃튀는 ‘경영 수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벤처타이쿤의 또 다른 강점은 최신 경영이론 및 노하우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제작사인 애니미디어(대표 손재영)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의 자문을 받아 이 게임을 완성했다. 때문에 벤처타이쿤을 교재로 사용하려는 대학이나 학원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벤처타이쿤이 결코 딱딱한 게임은 아니다.
‘경영’하면 왠지 어렵고 골치 아픈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벤처타이쿤은 간단한 아이콘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고, 수시로 안내 메시지가 뜨는 등 쉬운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다.
게임은 크게 시나리오 모드와 온라인 모드 두 가지. 비교적 짧은 시나리오 모드를 끝내면 기본적인 경영지식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
가상도시에서 펼쳐지는 온라인 모드는 거의 현실세계와 가깝다. 버추얼·테헤란·실리콘 3개 도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도시마다 인구, 세금, 교통 등 주변여건이 결정된다.
게이머는 이곳에서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도 있다. 잡상인이 찾아오거나 도둑이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 하루 아침에 기업이 망하는 것도 현실세계와 꼭 닮았다.
이밖에 사이버 주식거래, 채팅기능 등도 온라인 모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벤처타이쿤은 시장 반응도 좋다. 대작 게임처럼 폭발적인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1만장이 시중에 깔렸다. 대학이나 학원교재 채택을 위한 문의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선 열광적이다. 티터스·액티비전·인포그램 등 메이저 유통사들이 판권계약을 위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애니미디어는 이런 추세면 전세계 40만장 판매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잘하면 애니미디어는 ‘경영 게임’으로 회사 경영상태를 보다 호전시킬 수 있
을 듯하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