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통신서비주 바이 나서나

 

  

 외국인들이 최근 2개월여 동안 매도기조를 유지했던 통신서비스주를 다시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2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한국통신 17만1000주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4만6875주주, KTF 7만4700주 등을 순매수했다. 금액기준으로는 한국통신 91억4000만원, SK텔레콤 81억8000만원 등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기준으로 2, 3위를 차지하며 외국인들의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통신서비스업종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3.76% 상승, 거래소시장의 전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통신서비주들이 최근 두달이 넘도록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메리트를 부각시킨 데다 특히 통신서비스주의 외국인 향배를 좌우하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시장점유율 제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 주가를 짓눌렀던 악재를 어느 정도 해소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달들어 매수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바이’ 통신서비스주에 나서기에는 비대칭(차등) 규제 등 해소돼야 할 악재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이 끝난 후부터 이틀 연속 매수세를 보이며 다시 지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을 물량 줄이기 기회로 활용했던 외국인들이 추가 물량을 받아줄 만한 매수세력이 사라져 매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주가가 20만원대 이하로 떨어지며 가격 메리트를 부각시키자 다시 재매입에 나섰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또 SK텔레콤이 내년 1월로 예정된 SK신세기통신과의 통합을 위해 지난달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SK신세기통신 포함)을 50% 이하로 끌어내린 것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점유율 제한은 그동안 SK텔레콤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통신도 지난달 28일 DR 발행 이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9일 13만주 가량을 매입한 데 이어 2일에도 17만여주를 사들였다. 프리미엄을 노린 외국인들이 신규로 발행된 DR를 사기 위해 6만원대부터 의도적으로 한국통신의 주식을 내다팔았던 만큼 당분간 낙폭과대에 따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통신 등 대장주들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코스닥시장의 통신서비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은 KTF의 주식을 4일 연속 사들였으며 LG텔레콤에 대해서도 이틀 동안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KTF 등 코스닥시장의 통신서비스주들이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매매패턴에 영향을 크게 받고있어 자체적인 외국인 매수세 유입보다는 거래소시장의 움직임에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통신서비스주에 대한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키를 쥐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NTT도코모와의 전략적제휴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대칭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이 쉽게 사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누가봐도 기업가치에 비해 싼 주식이지만 비대칭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전에는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은 어려워 보인다”며 “NTT도코모와의 전략적제휴로 모멘텀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지분매각을 포함한 전략적제휴를 뛰어넘어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획기적인 내용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물량부담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태클’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한국통신의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한국통신의 민영화 일환으로 처분하게 될 나머지 물량(31%)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까지 외국인들의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