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칸의 김인경(26)은 지난해 삼성디지털배 KIGL 추계 및 동계리그, 왕중왕전 등을 잇따라 휩쓸며 명실상부한 스타크래프트 여성부의 여왕으로 부상한 스타다.
특히 평강(PyunGKanG)이라는 아이디만큼이나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김인경은 지난 한해 동안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니며 프로게이머 스타시대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인경이 이처럼 대표적인 프로게이머로 부상하기까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녀가 게임리그에 데뷔한 것은 지난해 초.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버리고 게임리그에 뛰어드는 모험을 한 김인경은 주위사람들로부터 많은 우려를 받아야 했다. 99년 봄 우연히 PC방에 들렀다가 스타크래프트를 접한 김인경은 그날로 6개월간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하나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리고 파고드는 성격이다 보니 스타크래프트의 다양한 전략과 전술, 이색적인 종족간의 특징에 단번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김인경은 주변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을 키워나갔고 마침내 지난해 열린 아이터치017배 배틀탑게임리그에서 무려 8연승을 거두는 실력을 과시하며 삼성전자 칸의 창단멤버로 발탁됐다.
올해 26살인 김인경은 평균 연령이 22세에 불과한 프로게임리그계에서 최고참 선수로 통한다. 따라서 많은 동료 프로게이머들은 김인경 선수를 ‘왕언니’라고 부른다. 나이 때문일까. 아니다. 김인경은 어린 프로게이머들에게 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어린 선수들과 미팅도 자주 갖는다. 그들과 인생을 논하고 장래를 함께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왕언니의 자리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김인경은 “나이 어린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프로게임리그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프로게이머와 게임산업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프로게이머들의 왕언니 김인경은 현재 프로게이머가 스포츠인이자 게임산업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일본 등 해외 언론의 많은 취재를 받으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느낀 그녀는 최근 게임연습시간 틈틈히 영어공부를 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또 게임산업과 게임개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게임산업의 중추적인 자리에 머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녀에게서 다부진 맏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