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교류에서 벤처의 역할

◆임재범 미투유투코리아 대표 jaelim@mail.me2u2.com

 

 필자는 줄곧 북미지역에서 벤처사업을 하다가 한국으로 둥지를 옮긴 사람으로 남북 정보기술(IT) 교류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 벤처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남북IT교류를 위해 먼저 벤처문화에 대해 꼭 몇가지 살펴보고 싶다.

 우선 국내 벤처회사는 제품 위주의 성격이 너무도 강하다.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한국에 와서 수도 없이 들어본 것 같다. 물론 제품에 대한 자부심, 높은 기술력, 높은 장벽에의 진입은 상당히 중요하나 제품에 대한 국내외 시장조사, 마케팅 전략과 경영방침은 매우 소홀한 듯하다. 잘 알다시피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마케팅 인력과 우수한 경영진, 막강한 자본력 및 최고 수준의 컨설팅회사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70%의 벤처회사가 문을 닫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품과 서비스 질에 관계없이 수익모델 제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모델 제시는 쉬운 듯하나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과연 한국의 수많은 벤처들은 좋은 수익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기업이 생존하고 있으며 수없이 생겨나고 있는가. 나의 짧은 소견일지는 모르지만 국내의 IT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이끌어온 듯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미래는 ‘IT의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도 해외, 특히 미국 진출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나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자기제품과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본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는 문화적 차이가 발생함으로써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어떻게 북한 IT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다. 남한 벤처의 북한IT 활성화에서의 역할은 현재 북한에서 개발한 제품의 국내외 진출은 물론 국제적인 제품출시를 도와줌으로써 북한 IT 인력의 생산성을 극대화, 우수한 수익모델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해외진출을 도모할 때의 국내 벤처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과연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북한 측에서 중장기적이 아닌 단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익모델은 물론, 경영전략과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의 제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사업 동반자로서 장기적인 돌파구(Exit Strategy), 이를테면 기업인수·합병(M&A) 또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회수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입장에서 본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을 경우 남한에 대한 실망은 곧 불신으로 이어져 도리어 나쁜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또 민간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산될 우려도 짚어봐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 IT사업 활성화에서 우리 벤처업체는 성공적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훌륭한 교사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벤처업체는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북한 IT의 잠재력과 수익성을 제시, 남한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남한에 대한 전적인 기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약 완화, 해외자금 유치 및 해외진출의 용이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