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가뭄이 걱정이더니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가뭄이 그렇게 극성이더니, 이제 물난리 걱정이다.

 감히 이에 비유할까마는, 최근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이슈들이 여기저기서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를테면 댐을 만드는 식의 대형 생명공학 국가사업들이 속속 발주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공학의 안전성과 윤리문제 등에 대한 규제 논의가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최근 국내에서도 생명공학 벤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열손가락에 꼽는 정도이던 것이 이제는 400개를 상회하는 것을 보면, 그간의 노력들이 하나둘 산업화를 위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우리의 생명공학에도 풍성한 가을이 기대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올바른 치수(治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계-연구계-산업계로 이어지는 지식과 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수로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소비자인 일반국민과 과학자간의 교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 “과학적·객관적인 정보 제공”과 더불어 “대화를 중시한 양방향적인 활동”의 강화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생명공학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규제제도와 사례를 답습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과 신제품이 생겨나고 있는 생명공학의 급속한 혁신추세와 특성에 비춰,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 비춰 "생명공학 산업시대"에 걸맞은 제도 기반을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

 다시 장대비를 맞으며, 삽을 들고 논두렁에 선 농부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해마다 반복되는 치수에 대한 불평과 불안이 다시 불거지지 않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밤새워 산업현장과 실험실을 지키고 있는 연구원들의 노력이 모호하거나 지나친 규제로 인해 위축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