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의 파상공세에 한국HP·한국썬마이크시스템즈·한국오라클·한국EMC 등 경쟁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로서는 시장지배력이나 인력·조직력·현금동원력에서 애초부터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IBM의 전방위 공세에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HP와 한국썬. 금융권의 경우 이들 두 업체가 어느 정도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나 IBM의 시장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고객이나 제조업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메인프레임 매출은 최근 몇 년 동안 보기 드문 신장률(20∼25%)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금동원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IBM의 경우 서비스·컨설팅·유지보수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만만찮고 또 이를 이용해 각종 딜을 수주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현금동원력을 앞세운 한국IBM측의 ‘싹쓸이론’이 심심찮게 유포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유닉스서버 시장의 수위자리가 넘어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단일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인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의 대형컴퓨터 도입 프로젝트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박리다매’라는 가격전략으로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HP는 1300원대의 환율을 적용하고 있는 자사와는 달리 한국IBM측이 1000원대의 환율을 적용,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고객층을 파고 들고 있어 가격경쟁시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썬 역시 IBM측이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90%에 가까운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지나치게 높은 할인율을 책정,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직은 여유를 보이고는 있지만 DB업계의 한국오라클도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세계시장에서는 이미 30.1%의 점유율로 자사(33.8%)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터에 인포믹스까지 전격 인수함으로써 DB시장 판도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상황은 세계시장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IBM의 ‘박리다매’ 전략과 ‘인포믹스’ 카드가 결합될 경우 예측불허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토리지 전문기업인 한국EMC 역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아직은 시장지배력과 네임밸류에서 한국IBM을 압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버시장의 지배력과 ‘저가전략’을 앞세울 경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IBM은 연초 올해 전략시장으로 스토리지 부문을 지정한 바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