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이 한권의 책]표준화와 기업전략

◆표준화와 기업전략

 후지타 마사히로, 가와하라 유조 지음/홍종희, 한태수 옮김/한국표준협회 발간/본문 240쪽/9, 800원

 

 ‘표준화와 기업전략’은 국제 표준의 선점을 향한 국가간 경쟁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일본의 대응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인 후지타 마사히로가 일본 통산성 공업기술원의 산업기계과장으로 현직에 있으면서 집필했다. ‘국제표준이 일본을 포위한다’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국제표준을 만들지 못할 경우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빠질 것임을 호소하면서 기업에 있어서 국제표준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자국 산업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표준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일본기업은 표준을 경시하고 있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를 당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를 것인가. 따르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도스와 윈도라는 PC운용체계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이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펼쳐졌던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경쟁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지름길이며 표준화는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ISO나 IEC 같은 국제표준기관은 유럽과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제적인 표준에 뒤쳐지고 있다는 것. 일본이 80년대까지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다가 90년대 이후 미국에 뒤쳐지게 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깊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표준화와 기업전략’을 통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국제규격’과 ‘국제표준’에 무관심했던 일본의 정책이 세계화 시대에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다섯 개의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국제표준의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국제표준의 영향력이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2장과 3장에서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표준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실태와 일본의 현실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제4장에서는 앞으로 일본이 취해야 할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일본이 어떠한 방법으로 표준화 활동을 강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일본과 경제적으로 매우 비슷한 우리나라 역시 모든 산업 전반에서 ‘국제표준’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강조되는 오늘날 국제표준은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으며 우리들이 의식하기도 전에 일종의 강력한 산업규제로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표준화와 기업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기업에 비춰 우리나라의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에 맞추고 한단계 더 나아가 우리기업들이 국제표준를 이끌어 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이 스스로 표준화 활동을 주도해야 한다. ISO 규격이 정해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규격에 도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기업과 기업가들이 표준화에 노력을 기울여 성공함으로써 일본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예를 보여준다.

 ‘룰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는 습성을 버리고 ‘기업 스스로 표준화 룰 제정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는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인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한영수 한영전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