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현안 긴급점검>(6/끝)방송위와 부처간 협력

방송위원회는 2000년 3월 통합방송법 시행과 동시에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출범했다.

 새롭게 탄생한 방송위는 그동안 정부가 담당해온 방송 인허가권을 이양받은 것은 물론 방송발전기금의 조성 및 운용,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승인·등록 등 방송사업 전반에 걸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됐다.

 이는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자칫 방향성을 상실할 수 있는 방송정책의 수립 및 행정을 단일 기관이 일관성 있게 추진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위성방송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출현과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에 대응할 만한 신속한 정책 수립이 절실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위가 이같은 막중한 책임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문화부·정통부 등 관련 부처와의 관계 속에서 적절한 위상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문화부는 최근 2005년까지 총 316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방송 영상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추진 전략은 문화부 산하단체인 방송진흥원의 기능 확대를 주축으로 방송 인프라 구축 및 방송 전문 인력 양성 등 디지털 방송 산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육성책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포괄적인 계획이 나오기까지 문화부와 방송위간의 긴밀한 협조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문화부는 이번 안을 토대로 향후 방송위와 협의를 통해 방송발전기금의 활용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지만 사전에 방송위와 조율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방송위에 제출한 질의서를 통해 “방송위가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찾지 못한 결과 문화부가 월권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방송위는 관련법 개정 추진 등 애초의 취지에 걸맞는 위상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의 융합에 따라 정통부와의 관계 정립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진지는 오래다.

 이에 따라 과도기적 상황을 틈타 관련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서 방송 형태와 동일하게 다수 채널을 제공하거나 중계유선방송 등이 VOD 형태로 노래방 콘텐츠 등을 전송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형태의 서비스들은 방송이나 통신 중 어느 영역에 속한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통신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콘텐츠의 내용에 초점을 맞출 때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방송위와 정통부가 계속 느긋한 태도를 보이게 되면 향후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등장하게 될 각종 방송 서비스 사업자의 불법방송 등에 대한 감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케이블TV방송국협회가 주최한 방송 정책 세미나에서 방송위측 관계자는 “예고없이 쏟아지는 각종 사안들을 일일이 챙기고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는 방송위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위가 사업자 인허가 등에 모든 힘을 쏟기보다 오히려 장기적인 방송발전 정책 수립과 부처간 협력 등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재의 방송위 위상으로는 방송정책을 총괄해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구로 보다 강력한 추진력과 실질적인 힘을 갖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