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PC산업 이렇게 주저앉나>상반기 내수 25% 추락

국내 PC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폭발장세를 누리던 화려한 시대는 갔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PC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까지 국내 총수요량은 139만여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장사가 잘 안됐던 지난해 하반기보다도 10% 가량 떨어질 만큼 판매가 부진하다

요즘 시장을 선도하는 메이저급 PC업체들은 수요진작을 위해 저가제품 판매에 매달려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 주요 핵심부품의 가격이 내리고 있는 것이 그 이유기도 하지만 고가전략으론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다 인텔이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는 펜티엄4 드라이브 정책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각 업체들이 최고사양의 제품을 내놓았지만 판매실적은 미미하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의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C업체들의 신규수요 개척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요즘은 거의 기존 고객들의 대체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대체수요가 신규수요를 앞지른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최근들어선 그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수출시장이 좋은 것도 아니다. 내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5월말까지 전체 PC 수출실적은 8억3700만달러다. 내수와 마찬가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줄어들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PC 수출신장률이 30% 정도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수촉진을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도입, 비즈니스 솔루션 파트너 찾기 등에 적극 나서는 등 이벤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수출촉진을 위해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찾아다니면서 거래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브랜드 수출은 차치하고라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거래처확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수익률 좋은 자체브랜드 수출을 위해 노력해온 업체들로선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PC업체들은 지금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PC업계의 희망은 없는가. 이에 대한 판단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모든 게 그렇듯이 PC경기도 동전의 양면처럼 악재와 호재가 상존하기 마련이다. 짧게 보면 그래도 암울한 요소가 많다. 올 하반기까지 PC 내수경기는 신규수요 감소와 윈도XP의 10월 출시에 따른 대기수요로 힘든 세월을 보낼 것 같다. 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확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쪽에서도 수출성패를 좌우하는 경기 전망이 밝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재도 있다. 인텔의 CPU가격 하락으로 펜티엄4 PC가 주류로 등장할 소지가 많다. 특히 인텔이 홍보비를 지원하고 펜티엄Ⅲ의 일부 모델을 단종하면서 펜티엄4로 주류시장 전환을 유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관심을 끌어오던 윈도XP가 본격 판매되는 10월 이후 폭발적인 PC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수요촉진책말고도 ‘하반기에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인터넷 인구의 지속적인 성장과 교육정보화사업이 수요를 이끄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업계의 의견도 희망을 준다.

 수출쪽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암울한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세계의 전반적인 경기회복 예상이 우리 PC업계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PC보급률이 아직 1%에도 미치지 않는 중국이나 인도 등 후발국가들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PC수출은 새로운 도약을 할지도 모른다.

LG경제연구소의 나준호 연구원은 “내년에는 올해 수요위축에 따른 반등효과로 15%의 비교적 높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10% 내외의 성장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