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연구개발의 국제화 추세 및 기술혁신 과정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부지원 연구 및 연구기관의 질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공연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작업을 추진,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프라운호퍼연구협회, 막스플랑크연구협회(MPG) 및 독일연구재단(DFG) 등 공공연구기관들은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BLK)의 의결에 따라 10명의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평가위원회에 의해 시스템 평가를 추진해왔다.
독일 정부는 헬름홀츠대형연구센터(HGF)의 시스템 평가를 올해 말 완료할 예정이다. 라이프니츠연구협회(청색리스트연구협회·WGL) 산하 연구소와 기초과학분야에서 대학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독일연구재단, 막스플랑크연구협회에 대한 평가작업은 지난해 말 모두 마친 상태다.
평가위는 독일 공공연구시스템의 안정적인 발전요인으로 △공공연구분야에서 연구기관별 기능적인 분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간 과기정책 역할 분담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과 연구기관의 학문적 자율성간 균형 등을 꼽았다. 또 연구기관들이 연구사업과의 계약 수행에 있어 신축성을 제고하고 기술이전 강화 및 대학연구 효율성 향상, 전략적인 지향성 강화, 신진연구인력에 대한 연구기회 확대 등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막스플랑크연구회 및 프라운호퍼연구회는 산하 연구기관 소장을 해당분야 최
고 전문학자로 임명하고 이들에게 전권을 위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하고 있다. 대신 5년에 한번 중간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자율적인 연구회체제의 성립은 분권·자율·경쟁력 등의 원칙을 시스템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연방정부의 과학기술정책관리 부담을 완화하고 정책결정과 자원배분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독일혁신체제의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동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독일 정부는 공공연구기관의 시스템 개편작업에 들어갔다. 실제 독일 정보기술연구센터(GMD)를 프라운호퍼연구회와 합병시켜 유럽 내 최대 정보통신분야 연구소로 재편할 방침이다.
막스플랑크연구협회는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과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나 대학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선진 후계연구자 육성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연방정부로부터 권고받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학과 같은 채용과정의 도입, 현재의 연구관리체제에 신축적인 작업 집단 및 한시적인 연구비 지원제도 추가, 회장을 보좌할 외부 자문기구 설립 등을 검토중이다.
프라운호퍼연구회는 정부의 기본예산지원이 민간수탁에 대응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연구비 체제의 혁신으로 인해 민간기업의 수요를 지향하면서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을 구축, 연구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프라운호퍼연구회는 이에 따라 연구비의 예산구조 가운데 민간기업 수탁비중이 2005년까지 전체 예산의 40%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연구소의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독일 공공연구기관 중 가장 엄격한 평가를 받은 라이프니츠연구협회는 지난 5년간 전체 84개 연구소 개발기관의 성과와 능력이 평가됐고 전체 시스템 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KIST 유럽연구소 변재선 기술협력담당은 “독일은 연구개발 경쟁 강화 및 세계화 추세로 인한 환경의 도전에 적극 대응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및 고용창출을 위해 R&D 투자를 증대하고 있다”며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제도개선 및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르브뤼켄(독일)=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