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인쇄회로기판(PCB)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투자 여부를 놓고 PCB업계가 양분되고 있다.
중국 PCB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려온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중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국내에서 생산설비 현대화를 통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업체는 두산전자BG·코스모텍·삼성전기.
두산전자BG(대표 이정훈)는 이미 300억원을 투입해 중국 상하이에 페놀 원판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내년 3월께 준공될 이 상하이 페놀 원판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두산전자는 800억원 정도의 매출 증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모텍(대표 전우창)은 단면 PCB의 가격 하락과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300만달러를 들여 중국 둥관으로 페놀 PCB 생산라인을 이전키로했다. 코스모텍은 이르면 8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며 내년에 300만달러를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중국 둥관과 톈진에 3개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조만간 PCB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일환으로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은 이달 초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투자 대상지역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가 중국 진출에 적극적이라면 대덕전자·페타시스·LG전자 등은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주 지역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덕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진출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생산설비 현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해 중국 투자를 장기 과제로 넘겨놨다”고 설명했다.
페타시스(대표 박은현)는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보고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미국에 특수 PCB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의 경우는 중국 투자 문제를 의견이 분분하다. “세트 부문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인 PCB도 동반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오산·청주 공장의 생산라인 합리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와 현재 중국 진출 문제를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게 LG전자측의 설명이다.
중국에 연성 PCB라인을 갖고 있는 코리아써키트(대표 송동효)와 PCB 드릴 가동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대덕GDS(대표 유영훈)도 중국 진출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코리아써키트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지만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해본 결과, 당초 기대에는 못미치는 결과를 얻고 있어 대규모 투자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전세계 PCB 시장의 8%인 35억달러 정도의 PCB를 생산하고 일본·대만·미국 등지의 유력 PCB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을 정도로 ‘뜨거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국내 PCB업계의 중국 진출 논쟁은 당분간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