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밀려 독특한 대학문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던 ‘날적이’가 사라져가고 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일기, 일명 ‘날적이’에 한번쯤은 글을 남겨 봤을 것이다.
학회실이나 동아리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던 것 또한 날적이였고, 오랫 동안 모임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날적이를 들춰 읽어 나가다 보면 그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여러 가지 색깔 펜들을 가지고 말로 못다한 자신의 사연이나 서툴지만 학생 냄새 물씬 풍기는 멋들어진 시와 정성이 듬뿍 담긴 삽화들이 날적이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이러한 날적이가 사이버 공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밀려 X세대 대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때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고 글쓰기 또한 간편해 공책과 펜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제격이며 휴학중인 학생이나 졸업한 선배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글을 읽고, 남길 수가 있다.
이처럼 강력한 인터넷의 파워에 밀려 날적이는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이렇게 조금씩 사라져가는 날적이에 대해 ‘문화는 변하는 것이며 날적이 문화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사라져가는 날적이에 대해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에 재학중인 96학번 황완식씨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동아리방에 들러 가장 먼저 날적이에 새로 쓰인 글을 읽고, 글을 남기는게 하나의 즐거움이었고 때론 무기명으로 고민 거리나 불평 등을 써 놓곤 했다”며 “하지만 제대 후 복학해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아리 소식들을 접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편리하지만 예전의 사람냄새 물씬풍기는 정성어린 옛 날적이가 그립다”는 것.
현재 졸업 후 직장에 다니는 원영웅씨(시립대 국문학과 94학번)는 “날적이에 얽힌 사연이 많고 지금도 가끔 동아리에 들르면 과거에 썼던 먼지 쌓인 날적이를 들추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며 사라져가는 날적이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모든 것이 편해지고 기능이 좋아졌지만 사람냄새 물씬 풍겼던 날적이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예기자=윤정훈·서울시립대 iamyu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