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제조업체와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영세대리점간 틈새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하이프라자(대표 장재경), 리빙프라자(대표 이희명) 등 대형 유통점의 유통망을 확충하는 데 적극 나서기 시작하면서 중소 가전 대리점과의 마찰계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양사는 이러한 직영 형태의 대형 유통점을 계열사로 아예 편입시키거나 중소 가전대리점들이 자사 이외의 가전제품을 진열, 판매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있어 중소 가전대리점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대다수 중소 가전대리점들은 올해 경기가 부진한 데다 하이마트 등 신유통점의 가격 등쌀과 점포 확장으로 가격 경쟁력과 집객력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의 이러한 유통정책으로 ‘생업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 빠져있다.
한 제조업체는 최근 자사 가전 대리점들이 만도공조의 에어컨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요청한 데 이어 성광전자 전기압력밥솥을 매장에 진열, 판매하지 말아달라는 협조글을 전자게시판을 통해 일선 가전대리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중소업체의 전기압력밭솥과 판매가격대가 비슷한 16만원대와 18만원대의 제품을 각각 2개 모델씩 이달 출시, 전국에 유통시키면서 영업인력과 사내전산망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
이 회사 전속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사 직원들이 중소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이 출시됐으니 타사 제품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또 올해 각각 하이프라자, 리빙프라자 등 직영점 형태의 대형 유통점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가전 대리점과의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대형 유통점이 지난해 올린 규모를 합치면 전체 매출액은 1조원대를 거뜬히 넘어 같은 기간 하이마트의 1조2000억원과 맞먹는 바잉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전대리점은 이들을 또 하나의 경쟁 유통채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이들 대형 유통점은 바잉파워를 기반으로 가전제품을 본사로부터 대량으로 구입, 중소 가전대리점들보다 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팔고 있어 신유통점과 비교했을 때 단지 제품구색력이 떨어질 뿐 비슷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직영점 형태의 하이프라자 출점수를 올 상반기에만 30개 가까이 늘리는 등 유통망을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프라자는 지난달 100호점 오픈과 함께 월 평균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성장한 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말 300억원을 투자, 전국에 19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전자전문점 리빙프라자를 계열사로 편입시킨 후 올 초부터 점포를 확장하거나 재정비하는 데 적극 나섰다. 특히 리빙프라자는 지난 99년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매출의 22% 이상(5820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출점수가 늘어나면서 매출액과 매출 비중도가 증가하고 있어 삼성측 중소대리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전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면 본연의 업무인 제조업에 충실하면서 대리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해야지, 굳이 유통업에도 직접 진출해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