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퀄컴 신화를 꿈꾸면서 해외시장을 누비는 바쁜 사람들이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속에서 기술과 열정만을 갖고 창업의 길에 들어선 중소 시스템 반도체 업체의 사장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도 풀기 어려운 마이크로프로세서·통신모뎀칩 등 흔히 말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물들을 하나둘씩 내놓고 해외 틈새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다.
에이디칩스( http://www.adc.co.kr) 권기홍 사장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바쁘다. 권 사장은 16·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확장명령어구조(EISC:Extendable Instruction Set Computing) 코어 지적재산(IP)으로 중국시장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국 시안 소재 반도체 설계회사 SWIP을 비롯, CIDC·하웨이 등과 이 코어 기술에 대한 라이선싱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것.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가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 로열티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비디오 그래픽 컨트롤칩과 게임기 보드를 들고 다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일본 마쓰시타를 통해 마이크 타입의 가라오케와 아케이드 게임기용 핵심부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올해 총 130억원의 매출로 25억원의 경상이익을 거둔다는 계획을 세웠다.
창업 3년여만에 첫 제품인 근거리 무선통신칩을 내놓고 영업을 시작한 오픈솔루션(http://www.solutionhere.com) 김종욱 사장. 무선 헤드세트처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선이 없어도 각종 전자·통신기기간 음성과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 칩을 수출하기 위해 김 사장은 요즘 해외 판매망 구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식과도 같은 첫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기쁨도 뒤로 한 채 매일같이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함께 파트너십을 이룰 대리점을 꾸리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도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무선 헤드세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첫 성과지만 적어도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AMD·NEC·히타치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인텔 8086 호환 계열의 16비트 범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독자개발한 인피니어마이크로시스템스(http://www.infinior.com) 임금성 사장은 중국 TLC·신코 등 유명 전자업체에 시제품을 공급하고 양산품 공급계약을 앞두고 있다.
임 사장은 적어도 이들 업체와 30억원 내외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첫 시작인 만큼 올해 수출목표는 10억원으로 낮춰 잡고 있다. 대신 단단한 대리점망을 구축해 차근차근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내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및 DVD플레이어시장도 겨낭하고 있다.
“영업이 기술개발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임 사장은 “신생 시스템 반도체 벤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수집과 마케팅 능력을 배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IMF가 시작된 지난 97년부터 반도체산업 구조조정, 벤처 부밍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설립된 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1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민은 막상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전선에 나섰지만 영업망을 구축하고 신뢰감 있는 파트너를 찾기란 너무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칩 개발과 판매에만 집중하기는 어렵고 안정적으로 물량공급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함께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벤처업체 사장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제 막 성과물을 내기 시작한 이들이 올바르게 수출역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설계사협회(ADA) 서욱형 사무국장은 “시스템 반도체 벤처기업들이 수출주역으로 성장하고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해외 마케팅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책입안자들도 이 부문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