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생체인식기술 현황과 시장전망

 필자 정순원

90년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92년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공학석사

97년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공학박사

97∼99년 특허청 전자심사담당관실 심사관

99년∼ 현재 니트젠 연구소장

 

SF 혹은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생체인식 기술이 이제는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개인 인증을 위해 특정한 영역에서만 사용되던 생체인식 기술이 자체 기술의 진보와 주변기술의 발전에 따른 가격하락 및 급속한 정보화의 흐름을 타고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체인식(biometrics)이란 사람의 생체적·행동적인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학문 또는 기술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생체적 특징을 이용한 대표적인 생체인식 기술로는 지문, 얼굴, 홍채, 망막, 정맥인식 등이 있으며 행동적인 특징을 이용한 기술로는 서명, 음성인식 기술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외에도 귀의 모양, 걸음걸이 등의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생체인식 기술은 유일성, 지속성, 인식 성능, 위변조 가능성, 사용자의 수용성 등 각 기술을 평가하는 지표에 대해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홍채인식의 경우 대부분의 특성은 뛰어나지만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의 거부감과 입력기의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의 특성상 위의 성능지표를 모두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기술은 없으나 각 생체인식 기술 분야에서 진보가 이루어져 한가지 기술만으로도 사용자가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응용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생체인식 기술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를 수요자의 측면에서 파악한다면 크게 두 가지의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보안 및 관리 측면의 요구다. 즉 출입 통제, 근태 관리, 기기의 사용자 통제 관리 등과 같은 물리적 통제와 관리로부터 컴퓨터 보안, 원격 교육, 전자상거래, 정보 보안 등과 같이 정보 산업과 관련된 분야에서의 보안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개인의 인증을 통해 여러 가지 위험요소 및 손실을 줄이기 위한 요구에 의한 시장이다. 특히 정보 산업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중요한 정보들이 컴퓨터에 의해 처리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온라인 뱅킹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의 인증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둘째는 편리함의 요구다. 편리성은 생체인식 기술이 열쇠나 ID, 패스워드로 대표되는 기존의 개인인증 방법과 비교해 큰 장점을 가지는 부분이다. 즉 생체인식을 이용한 개인인증을 통하면 신분증명서, 마그네틱 카드, 스마트 카드, 열쇠, 패스워드 등을 지니거나 기억하는 대신 자신의 지문이나 음성 등 생체적 특징을 이용해 손쉽게 본인임을 인증할 수 있다. 또한 기계가 생체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인식함으로써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기계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앉자마자 얼굴인식 등을 통해 운전자에 맞추어 후면경이나 의자가 자동으로 조절된다거나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생체인식 기술은 인간 생활에 안전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으며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수년간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된 분야를 살펴보면 도어록과 같은 물리적 접근제어(PAC:Physical Access Control)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 부문에의 적용 비율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98년 8%에 불과했던 컴퓨터 부문에의 적용 비율은 2001년 32%로 높아지고 2002년에는 물리적 접근제어 분야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상에 있어서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개인인증 방법은 수년 내에 PKI의 핵심응용분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서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개인인증 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서명의 근간이 되는 개인 키의 보호라든지 인증서의 재발급 등을 위해 생체인식 기술이 PKI 기술과 함께 접목, 사용되리라는 예측도 할 수 있다.

 ID와 패스워드로 대표되는 인증방식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으며 인증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두가지 이상의 인증방식을 결합, 사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특히 향후 네트워크를 통한 계약이나 온라인 뱅킹 같은 민감한 응용분야에 있어서는 사기 인증을 통한 피해가 매우 클 수 있으므로 디지털 서명 혹은 생체인증 중 한가지를 반드시 채용하고 이와 더불어 패스워드나 SW 토큰 등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생체인식 기술을 융합해 보안성 및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다중생체인식 기술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비용적인 측면이나 편리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98년부터 2000년까지의 생체인식 시장에 대해 조사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흥미있는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전체 생체인식관련 회사들의 R&D 투자대비 전체 매출에 관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98년에는 생체인식관련 회사들의 전체 매출을 100으로 잡았을 때 R&D 투자가 118이었다. 그러나 99년부터 R&D 투자가 100 이하로 역전되며 2000년에는 59까지 급속히 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59란 값이 아직도 큰 값이긴 하지만 이는 생체인식 시장이 본격적인 시장 진입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가트너(Gartner)그룹의 2000년 신기술 조사 자료에서도 생체인식 분야가 기술적으로 방아쇠를 당긴(technology trigger) 단계라고 분석하고 있다.

 생체인식의 전체 시장규모는 다른 첨단 산업분야에 비해 아직 미미한 정도다. 보고서에 따라 시장규모 예측에 있어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주목할 부분은 이들 보고서가 생체인식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기초로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에 전체 시장규모는 2억달러 정도였고 올해는 3억8000만달러, 2003년에는 15억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이 수치에는 범죄수사 등에 사용되는 AFIS(Automated Fingerprint Identification System)와 관련된 시장은 모두 제외돼 있다. 주목할 부분은 98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80∼90%의 성장을 해왔으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1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문인식 시장의 경우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면서 2003년에는 전체 생체인식 시장의 6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현재 전세계의 생체인식 관련업체 중 45%가 지문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편 생체인식 기술로부터 파생되는 기술이 또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홍채인식 기술을 이용한 개인 인증 기술을 응용하면 홍채의 변화를 측정해 음주운전이나 마약복용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또 다른 커다란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음성인식의 경우에도 화자에 관계없이 명령을 인식하는 화자 독립 음성인식 기술과 특정 화자의 음성에만 반응해 개인을 인증할 수 있는 생체인식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으며 시장의 규모로 보면 전자의 화자 독립 음성인식 기술이나 음성합성(TTS:Text to Speech) 기술이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체인식 기술은 보안, 관리 측면뿐 아니라 편리성의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체인식을 위해 사용되는 개인의 생체정보에 대한 보안 문제다.

 마그네틱 카드, 열쇠, 패스워드 등의 경우 분실하거나 잊어버렸을 경우에 기존의 것을 무효화하고 재발급을 받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지문이나 얼굴 등으로부터 추출돼 개인인증에 사용되는 생체정보의 경우 네트워크상에서 불순한 목적을 가진 자가 가로채거나 파일의 형태로 보관돼 있다가 누출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생체정보가 누설된 사실을 안 개인은 개인인증에 그 생체정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생체인식 기술과 관련된 업체들의 주 관심사가 센서의 개발이나 인식 알고리듬의 성능향상을 통해 오인식률을 낮추는 데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암호화 기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생체정보를 다루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 생체인식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지문인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음성, 정맥, 홍채, 얼굴인식시스템 등이 상품화돼 있다. 그러나 경찰청 등에서 범인의 지문 감식용으로 사용되는 AFIS 시스템 등을 제외한다면 국내의 생체측정 시장은 최근에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체인식 기술에서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식 엔진과 센서 설계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가 다수 있고, 많은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응용제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기술의 질적인 측면이나 응용제품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첨단 기술들이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데 반해 생체인식 기술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근소하거나 우위에 있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올해 2월에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교류를 강화하고 시장활성화, 표준제정, 시험 및 인증 환경 구축을 목적으로 국내 40여개의 생체인식 관련 업체와 30여명의 교수, 그리고 연구기관 등이 참석해 생체인식협의회를 발족시킨 바 있다.

 95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생체인식 시장은 다양한 응용분야가 소개되고 상용화 기술들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제품의 완성도 미흡 등으로 99년까지의 조정기를 거쳐 재 도약 및 안정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시장의 안정화에 따라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거대 기업들의 연이은 진출과 그들의 자본력을 앞세운 고도의 마케팅, 기술개발 인프라의 활용 등에 따라 많은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업체가 가진 기술이 해외의 그것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의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생체측정 기술에 대한 국가의 관심 및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