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세계 정상복귀’
독일 연방정부의 이번 구조조정 목표다. 이를 위해 독일 연방정부는 연구지원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한편 첨단기술에 정책을 집중화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올해부터 새로운 세제 시스템을 도입, 재정의 유동성을 토대로 기술지향적인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등 독일의 연구개발 성과가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과 공정 및 서비스에 적용되고 활용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대학과 세계적인 연구기관 등 연구개발 기반을 갖춘 만큼 기초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미래기술 기반을 창출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기초연구를 위한 대형기자재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독일연구협회(DFG), 막스플랑크연구협회(MPG)에 대한 제도적인 예산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응용연구협회인 프라운호퍼연구협회(FHG)의 기본예산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증가시키고 있다.
연구분야별로는 정보사회로의 발전추세에 발맞춰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구비 비중을 지난 99년 14.1% 증가시키고 ‘바이오 챈스’ ‘바이오 프로필’ 등의 연구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생명공학 분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재독한국과학기술자협회 간사장을 맡고 있는 아헨공대 김영환 연구원은 “독일 정부가 지난해 바이오 분야 연구비를 전년대비 9.8% 증가시켰으며 생명기술 분야 기업의 창업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 96년 시작된 휴먼게놈 프로그램를 현재 2단계(1999∼2002년)로 진행시키며 게놈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리·화학·재료기술의 연구개발은 지능적인 생산기술과 결합되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의 근간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나노기술 분야는 핵심기술로 간주,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스루헤공대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올해 앙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루디게르 촐크 박사는 “연방정부는 벤처와 연구소간 공동연구 및 창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창업하고자 하는 연구원이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건물은 물론 경영지원까지 총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앙카는 X선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레이저를 이용, 머리카락 두께의 재료를 3차원적으로 절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밖에 EU프로그램 참여를 강화하고 우주항공 분야의 국제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독일연구협회 및 훔볼트재단을 통한 과학기술자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독일 연방정부는 과학기술의 대중화가 선진과학기술의 필수요건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하에 연방정부와 주요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이 공동으로 전개하는 ‘과학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김영환 재독과학기술자협회 간사장 인터뷰>
“독일의 연구시스템 가운데 평가는 프로젝트 시작전, 중간보고서, 연구결과 등 세번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다만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실제 중간평가결과 부실하다거나 지향하는 목표와 다르면 가차없이 프로젝트를 없애는 것입니다.”
재독과학기술자협회 간사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아헨공대 연구원(39)은 독일 연구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공정한 운영이 독일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토대”라고 지적했다.
김 간사장은 “독일에서는 연구소와 대학 등 산·학·연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를테면 교수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기능을 하고 학생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돼 배터리를 충전하는 작업을 하는 관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장은 또 “미국이 인터넷 분야 원천기술 강국이라면 유럽은 무선통신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애플리케이션에 강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한국이 커나가기 위해서는 기초나 원천기술 개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ST 유럽연구소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는 있으나 재독2세들의 교육문제 등이 현안으로 대두됨에도 불구하고 예산부족으로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 간사장은 재독과학기술자협회에 대해 “독일에 나와있는 한국인은 600여명이며 아헨공대와 베를린을 중심으로 11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고 말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10만마르크의 기금을 확보해 놓았으나 사실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한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아헨공대(독일)=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