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이 최근 들어 한국HP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유인즉, 본사 차원에선 고객관계관리(CRM) 사업과 관련해 ‘맹방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국HP가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한국오라클의 ‘외사랑’으로 그치고 있기 때문.
미국현지에선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과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CRM 전략을 의논하기 위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정도로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HP는 전세계 지사에 오라클CRM 솔루션을 도입하는 반면 오라클은 HP의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우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본사의 이같은 협력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지난 4월께에 양측 본사 임원진이 우리나라에 한국 상황에 맞는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형성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HP는 계속되는 CRM 프로젝트에 e피파니나 브로드비전 등 타사 솔루션을 제안해 한국오라클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 한국HP가 수주한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KTF를 제외하고는 대한투자신탁, 기업은행, 워커힐 모두 오라클의 경쟁사 솔루션이 공급됐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국HP가 카나소프트웨어코리아와 전략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CRM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한국오라클의 불편한 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HP는 “오라클 CRM 솔루션이 기능상 많이 개선됐지만 고객들이 오라클보다 타사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오리클은 한국HP가 계속적으로 타사제품을 갖고 영업을 할 경우 ‘비장의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영향이 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국오라클은 한국HP와 연말까지 대대적인 마케팅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견이 심해 본사의 맹방관계가 국내에서 그대로 이어질 지 현재로선 의문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