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7)연착륙 기반을 다지자

 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경기침체로 심하게 주름이 잡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장률이나 수출액 집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문 것으로 보고 올 전체 성장률을 당초 5∼6%에서 4∼5%로 낮추어 잡았다.

 IT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 IT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PC산업의 생산량이 전년동기 대비 25% 감소한 139만대에 머물렀다. PC부문 수출 역시 5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20% 줄어든 8억3700만달러 정도다.

 IT를 포함한 전체 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게임산업만큼은 달랐다. 본지가 주요 업체의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게임시장 규모는 48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40억원에 비하면 25% 늘어났다. 게임산업이 경기침체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25%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게임시장의 수직 하강 시나리오가 우려에 그쳤다. 올초까지만 해도 게임업계는 국내 게임산업이 최근 몇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뒤에 숨고르기를 시작한데다가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했다.

 올초 게임업계의 한 원로는 “사실 그동안 국내 게임시장은 PC방이나 컴퓨터게임장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미 이들 업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많은 사람들이 오락실과 PC방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상반기에 게임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 전체가 갑자기 주저앉을 수도 있다”며 공황까지 우려했다. 이에따라 올 상반기 게임시장은 한자릿수 성장만 이루어내도 성공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업계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상반기 시장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국내 게임시장이 연착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전문가들은 두가지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우선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가 마니아에 머문 수요층을 일반인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PC방이나 컴퓨터게임장이 게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의 수요층을 일반 소비자로 확대하면서 시장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CCR·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 후발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 상당한 매출을 올렸으며 PC게임 분야에서는 아동용 게임인 ‘하얀마음백구’나 여성용 게임인 ‘쿠키샵’ 등이 인기를 얻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까지는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했던 업체들이 일반인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만큼 시장을 넓혔다.

 또한 이를 통해 국내 게임산업은 아이들의 주머니 돈으로 먹고 사는 오락거리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 게임산업의 분야별 성장률을 보면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로서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역할이 떨어지는 아케이드는 제로성장에 가까웠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인 온라인게임은 전년동기 대비 100%, PC게임은 90%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 하반기까지 2000억원대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휴대폰) 게임도 전체적인 규모는 작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수요층을 확대하려는 게임업체들의 노력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 확대 추세와 맞물려 국내 게임시장은 사상 최악의 불황이 예견됐던 상반기에도 고도 성장세를 유지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상반기의 이같은 성공은 하반기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각종 연구소 보고서도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올해를 포함해 향후 몇년 동안 고도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최근 3개월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200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소프트웨어와 게임기의 출하기준으로 1조1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앞으로 2003년까지 온라인게임 연평균 40%, 비디오게임 60%, 모바일게임 20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지원센터 성재환 소장은 “2003년에는 게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출하량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 게임시장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컴퓨터게임장과 PC방 등 최종 소비자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5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상반기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켜갔지만 국내 게임시장은 구조조정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시장에서 보았듯이 아케이드게임 시장이 여전히 불황에서 헤매고 있고 온라인게임 시장의 과점현상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후발 온라인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산 온라인게임이 수출품목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먼길을 가야할 것 같다. 국산 게임이 다소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PC게임 분야에서는 외산의 비율이 여전히 높다. 몇몇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용 게임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비디오 콘솔 게임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미미하다.

 지난 3월 초부터 4개월여 동안 연재한 본 시리즈를 통해 1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게임강국 실현을 위해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대안으로 제시했던 과제는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시됐던 문제점과 정책대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다행스럽다.

 우리 게임산업은 상반기를 지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숨가쁘게 달려와 언덕을 만났지만 그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일본 선수들은 앞서 있고 우리나라 게임시장과 세계시장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문화부가 2003년까지 세계 3대 게임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게임강국으로 가는 길’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 다시 시작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