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의 ‘슈렉’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의 차가움을 과감하게 무너뜨린 엽기적 유머가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기획을 총책임지고 있는 제프리 카젠버그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작품 자체의 아이디어도 재미있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의 새로운 기획 패러다임이 기존 시장의 논리와 상식을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상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을 카젠버그는 뒤집기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기획은 항상 기다려지고 그의 아이디어에는 투자자가 몰린다. 투자가 전제되면 작품제작은 가능하며 그 중에 ‘슈렉’과 같은 성공작도 나온다.
동일한 시기에 개봉되는 월트디즈니의 ‘아틀란티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표절 문제로 가슴앓이를 할 때 이미 ‘슈렉’은 2탄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할리우드 자본의 냉철한 판단을 이해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인간의 피부를 묘사하는데 3D 애니메이션의 기술력 한계가 드러났다며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에 이르는 3D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을 인간 이외의 캐릭터로 설정했던 월트디즈니와 픽사는 카젠버그의 지나칠 정도의 무모함에 굴복한 여름이 되고 말았다. ‘슈렉’은 주된 캐릭터들을 인간으로 등장시키지만 주인공들의 진지함을 엽기적 유머로 대체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3D 애니메이션의 표현 간극을 눈치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웃다보면 영화는 이미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젠버그는 다른 이들이 피하려고 하는 상품의 장점을 찾아 역이용한다. 이런 그의 기획은 드림웍스의 첫 장편 ‘이집트의 왕자’에서도 빛을 발했다.
1000억원에 이르는 제작·홍보비가 투자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전세계 시장 배급만으론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개발된 노하우가 캐릭터 비즈니스다. 캐릭터 상품 역시 하나의 ‘상식’인 셈이다. 그런데 카젠버그는 ‘이집트의 왕자’를 발표하며 캐릭터 비즈니스 포기를 선언한다.
“이집트의 왕자인 주인공 모세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목적에 의한 캐릭터 비즈니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모세를 캐릭터상품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놀랄 수밖에 없는 발표였다. 블록버스터의 수익 모델을 한번에 뒤집는 무모함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카젠버그는 모세 캐릭터의 상품화 대신 작품의 OST를 음반으로 기획,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 들였다.
최고의 팝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듀엣곡 ‘When you believe’를 중심으로 OST버전 이외에도 아카펠라 버전과 가스펠 버전 등 3개의 앨범을 동시에 1세트로 판매한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캐릭터 비즈니스보다 높은 수익성을 만들어냈다.
매년 월트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전쟁은 극장에서 시작되지만 극장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미국 박스오피스의 집계수치로는 전쟁의 승패를 알 수 없다. 여타 산업의 새로운 연계 패러다임을 누가 먼저 더 새롭게 제시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이미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에서는 ‘아틀란티스’의 연계 마케팅을 시작했다. 올해 여름의 전쟁도 기대가 된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