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에듀테인>별주부 해로.

 이 여름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시작한다. 토레미(토끼)와 해로(거북이)는 디즈니의 ‘아틀란티스’를 제치고 드림웍스의 ‘슈렉’을 넘고, 일본 ‘포켓몬’을 추월해 감격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별주부 해로’ 얘기다.

 ‘별주부 해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바다 속 용왕이 병에 걸리자 치료약인 토끼의 간을 찾으러 육지로 나선 거북이와 그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는…’으로 이어지는 다소 식상한 주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별주부 해로’는 애니메이션다운 상상력으로 맛을 낸다. 물론 그 상상력은 어른들의 때묻은(?) 의심의 눈길이 아닌 아이들의 동심에서 비롯한다.

 아이들은 묻는다.

 “아빠, 토레미하고 해로하고 친구 사이면 해로는 토레미 데리고 용궁에 안갔을까?” “근데, 토레미는 친구 해로가 꼭 필요한게 자기 간이란걸 알면서도 따라갔을까?”

 ‘별주부 해로’의 주인공 해로는 용감한 소년이다. 상어 해적들의 습격으로 상처를 입은 아빠 거북 태극장군을 대신해 용왕의 치료약을 구하러 육지로 나가길 자원한다.

 토끼를 한번도 본적없는 해로는 숲속의 소녀 ‘토레미’를 만나 도움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토레미가 그토록 찾아헤맨 토끼란다.

 만화 영화 ‘별주부 해로’의 최대 무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젤리같은 캐릭터다.

 주인공인 토레미, 해로는 물론이고 이들의 친구 포롱이(새끼 너구리), 뚱치(고양이), 붐부코(하마) 등이 방금 완성한 따뜻한 완구 인형같다. 심지어 악역을 맡아하는 브랑코(상어), 이모겐(곰치), 칼로마(늙은 거북)까지 모두 귀여운 봉제인형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해로의 테마곡인 ‘Wish’는 ‘단적비연수’ ’패자부활전’의 주제가를 부른 최원석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팝 발라드 곡이다.

 특히 주제곡 ‘바닷속 나라’는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다. 이 한 곡을 통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어볼 수 있다. ‘별주부 해로’를 제작한 한신코퍼레이션의 최신묵 사장은 직접 비올라를 들고 사운드 트랙 작업에 참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신코퍼레이션의 최신묵 사장은 “만화 영화는 어린이들의 꿈입니다. 그 꿈을 우리 애니메이션으로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전통 소재를 가지고 우리 애니메이션 기술로, 그리고 우리 순수 작품으로 우리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겠습니다.”

 하지만 ‘별주부 해로’가 올 여름 대박을 터트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이달 개봉되는 ‘슈렉’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이웃집 토토로’ 등 외국 애니메이션 대작들이 우리 아이들의 동심을 먼저 빼앗아 갈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또 별주부 해로가 개봉하는 다음달 11일에는 ‘포켓몬스터2, 루기아의 탄생’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별주부 해로’의 힘겨운 ‘느림보’ 싸움을 한번 지켜보기로 하자. 용감한 소년 해로와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을 위하여.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