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24)통신정책

 90년대 이후 통신 분야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통신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학자들은 무선호출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시작으로 제2이동전화사업자, 국제전화, 시외전화, 시내전화 등에서 잇단 후발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체제에 따른 문제점, 경쟁력 강화방안, 산업과 연계한 통신서비스의 발전 부문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통신정책을 움직이는 학계인물들은 크게 통신학회 출신들과 경제, 경영학을 공부한 집단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통신정책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흐름을 이끌어내는데는 통신학회 출신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통신 흐름이 통신학회의 탄생과 발전과 상당부문 유사하기 때문이다.

 통신학회는 작고한 조정현 박사를 비롯해 74년 12인이 통신과 관련한 학술활동을 통해 통신과학에 대한 이론적 체계와 보편화를 꾀하기 위해 학회 설립을 추진, 탄생했다. 물론 이러한 이론적 체계와 보편화 과정이 바로 통신 분야의 국가발전부문에 크게 일조했음은 자명하다.

 통신학회는 74년 10월 19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산하에 2개 위원회와 4개 분과회를 설치하면서 정식 발족했다. 이후 연구조사위원회를 학술위원회로 명칭을 개정, 15개 분과위원회가 설치됐고 이후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호남, 대전·충남 등 각 지역에 지부를 결성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93년에는 중국 CIC, 95년 IEEE ComSoc, 99년 일본 IEICE와 시스터 소사이어티 협약을 체결하면서 국제적인 학술단체로 위상을 높였다. 99년 국제저널 ‘Journal of Communications and Networks(JCN)’을 발간, 내용면에서도 충실한 학회로 성장했다.

 통신학회를 초기에 주도한 고 조정현 박사는 1대부터 4대에 걸쳐 통신학회를 중심으로 각 대학 교수, 연구원들을 집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상각 전 한양대 교수, 심수보 전 숭실대 교수, 강창언 전 연세대 교수, 김재균 KAIST 교수, 박한규 연세대 교수, 이진 한국항공대 교수, 차균현 고려대 교수, 이대영 경희대 교수, 황금찬 연세대 교수 등이 통신학회 회장 출신들이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학회장 출신이라는 점만을 봐도 통신학회 참여 교수들은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에 대한 기술적 토대 제공, 정책적 판단의 조언자로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간접 증명한다.

 통신학회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는 바로 정부가 WTO에 따른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쟁체제를 천명하던 90년대였다. 이 시기 무선호출, 이동전화, 주파수공용통신, 위성통신서비스 등 새로운 정책이 수립될 때마다 통신학회 출신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이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개발연구원, 대한전자공학회 등에서 활동하던 연구원들과 어울리면서 90년대 통신정책의 흐름을 리드해 나갔다.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원장으로 재직중인 진용옥 교수, 연세대 박한규 교수 등이 논객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95년부터 11대 통신학회장을 역임한 박한규 교수는 84년 체신부 통신진흥협의회 기술발전분과위원장을 시작으로 통신개발연구원 연구과제평가 심의원장, 한국전파진흥협회 이동통신분과위원장, 체신부 정보통신 정책협의회 위원, 정통부 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을 거치면서 90년대 국내 통신정책 흐름을 이끌었다. 당시 박한규 교수와 경희대 진용옥 교수는 통신부문의 대표적인 간판 스타였다. 박 교수는 최근까지 CDMA 전송방식 심의위원회 위원, 위성디지털 전송방식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3대 통신학회장을 역임한 차균현 고려대 교수는 체신부 전파육성위원회, 통신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거치며 통신부문에서 이름을 날렸다. 무선통신 전문가인 차 교수는 96년 개인 휴대통신 허가신청 컨설팅 연구 등을 통해 산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차 교수는 현재 IEEE서울 섹션 회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통신정책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5대 통신학회장을 역임한 황금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IMT2000사업권 선정 당시 학계의 의견을 결집해낸 장본인. 관련 정책세미나, 기술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해 정부가 정책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했다. 황 교수의 주요 관심분야는 CDMA 부문으로 신호 미 시스템 성능분석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황 교수는 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백서 편찬위원, 정통부 정보화촉진기금 운영심위회 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고려대 안문석 교수는 이력 자체가 흥미롭다. 서울대에서 경제학과 행정학을 공부한 뒤 미 하와이대학에서 컴퓨터학 석사, 시스템 분석을 전공했다. 이러한 이력답게 활동범위도 특이하다. 한국정책학회 회장 및 한국행정학회에서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행정학, 정책학 부문에서 이채로운 활동을 벌였다.

 안 교수가 정보통신부문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현재 전자정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학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전자정부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조언, 정부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

 현재 통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광운대 홍의석 교수는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홍 교수는 통신학회에서 상임이사, 총무이사, 산학이사, 편집이사, 부회장, 수석부회장을 거쳐 16대 통신학회 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통신학회에서만 20여년 가깝게 몸 담았을 정도로 통신학회에서는 베테랑이다. 대한전자공학회 ITU-R 등 유관단체에서도 꾸준히 활동중이다. 최근 회장을 맡으면서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 강철희 교수도 통신정책부문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ETRI 연구단장, 정통부 통신위원회 위원, 정보화추진 자문위원 등을 거치면서 학계는 물론 대내외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통신학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정보통신부문은 물론 과학기술부문에서도 각종 연구개발정책 수립에 공헌하고 있다.

 이밖에 통신 정책부문에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학자군이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부문을 전공했거나 경영학,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들로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사업에 관한 공청회 등에 패널로 참여하며 학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각종 문제점을 분석하는 브레인 탱크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울대 경영대학장을 거쳐 경영정보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곽수일 교수. 정보통신 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각종 IMT2000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면서 최근 통신업계에서 간판스타로 부상했다.

 효과적인 종합정보통신망 구축방안, 한국기업의 정보기술 활용에 관한 연구, 전자쇼핑몰의 성공요인에 관한 연구,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정책과제, 전자쇼핑몰의 성공요인에 관한 연구 등 경영학자로서는 드물게 다양한 통신정책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유했다.

 정보통신대학원대학 경영학부 부교수, 명지대 정보통신경영대학원 교수로 있는 이명호 교수는 정통부 IMT2000 정책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힌다. 이명호 교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동향과 파급전망, IMT2000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터넷폰이 국제 전화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 무선데이터통신 정책 분석 등에서 전문가로 통한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도 통신사업자 문호개방에 따른 해외사업자 진입행태에 관한 연구, 가입자 선로 진화방향과 개선방안, 가입자 선로가 이용자 요금 및 통신사업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정책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연구, 통신망 상호접속제도 연구, 통신사업의 회계분리제도, 한국통신 민영화 등 통신산업의 사회적 파장 분석에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보통신부문의 신흥 논객을 자처한다. 각종 언론에 경제 현황에 대한 시평을 쓰며 경제의 입장에서 통신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통신 민영화를 둘러싼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 연구를 발행한 바 있다. 한국통신서비스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IMT2000서비스와 관련된 SK텔레콤 지배구조 연구 등이 돋보인다.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IMT2000사업자 선정을 위한 전략방안을 마련한 인물. 미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이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김 교수는 IMT2000 규제정책 자문위원, IMT2000 전담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지원반을 주도할 만큼 통신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정통부 영업보고소 및 접속료 검증팀장, 신규사업자 선정 심사위원 등을 관여하면서 경제학자로서는 통신부문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이들 교수 집단 외에도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효석, 허운나 의원도 정보통신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대 경영대학장을 거친 김효석 의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거쳐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된 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정보화추진자문위원회, 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 등을 맡으면서 국내 정보통신 정책 수립 및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출신인 허운나 의원도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면서 정보화 관련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보시대와 미국의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발간할 정도로 정보화와 교육문제, 여성을 위한 정보화 부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