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 4분기 상승론 `가물가물`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최근 세계시장 정보기술(IT)주의 실적악화로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3분기 바닥을 다지고 4분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MD와 스토리지업체인 EMC의 실적악화에다 영국의 통신업체인 마르코니 등 유럽 IT업체들의 실적부진 소식까지 겹치면서 전세계 증시가 동반급락했다. 나스닥시장은 지수 2000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거래소시장은 550대로 미끄러졌고 코스닥시장은 지수 70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미국시장에선 비관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스트래티지스트인 앨런 아커먼은 “기술주의 실적은 환상적인 기대감에서 시작해 미미한 수준으로, 이제는 끔찍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나스닥시장이 이번주 1950선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척 힐 톰슨파이낸셜 이사는 “하반기 기술주 실적에 대한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었다”며 “미국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15% 급감하고 4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IT업체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증시의 관심은 11일(현지시각) 장마감 후 이뤄질 야후의 실적발표에 모아지고 있다. 야후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할 경우 지수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시장참여자들은 야후의 실적발표가 시장흐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다. 이 회사의 분기 매출이 전년동기의 2억7010만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1억751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테리 시멜이 발표할 사업전망과 수입원 다변화에 기대를 갖고 있는 정도다.

 하반기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국내 증시전문가들도 미국 IT업체의 실적악화 등으로 증시가 ‘흙빛’으로 돌변하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 580선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무색해진 데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7월 랠리는 허무한 바람으로 막을 내렸다.

 유욱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폭락했던 나스닥시장이 주초 소폭 상승하며 2000선을 힘겹게 지켜냈지만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며 “국내 IT주의 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IT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 부재도 부담스럽다. 이영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 IT업체의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세계 IT경기의 회복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IT업체의 어두운 실적은 증시 상승의 시점을 미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4분기 상승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여섯차례에 걸친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3분기부터 IT업체들의 실적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 통계적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기간이 7∼8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 미국시장의 경기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재훈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며 “미국 주요 IT업체들의 실적회복 시점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