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와 관련, 컴퓨터나 TV 등의 폐전자제품 처리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느덧 가정이나 기업에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프린터와 복사기 등 컴퓨터 주변기기는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전문가들이 나서서 컴퓨터 등 다른 전자제품과 비교했을 때 양과 질(?)에서 덜하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환경오염 역시 무시못할 수준이라고 강조, 주변기기가 환경 문제의 사각지대에서 논란의 장으로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사실 프린터나 복사기의 경우 컴퓨터에 비해 교체주기가 길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매년 쏟아내는 사후 폐기물은 상당하다. 3∼4년 정도 제품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본체를 제외하더라도 토너 혹은 잉크 카트리지나 드럼 등 많게는 수십킬로그램에 달하는 폐기물이 발생한다.
양도 양이지만 카트리지에 남아있는 토너나 잉크 성분은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어 주변기기가 자칫 환경 오염 논쟁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카트리지나 드럼을 재사용 혹은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확대될 경우 이런 폐기물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대안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정부기관이 규제에 나서면 그제야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다. 이들은 프린터나 복사기가 컴퓨터에 비해 교체주기가 길고 내놓는 폐기물 역시 많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물론 속을 들여다보면 드럼이나 카트리지를 회수해 재생품으로 만드는 것이 번거롭고 또 재생품을 만드는 데 더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가 있다.
폐PC 처리가 결국 제조업체들의 책임으로 귀결되고 있는데서 보듯 프린터나 복사기 역시 같은 결론에 이를 공산이 크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제1법칙이라는 점에서 주변기기 업체들도 언제까지 강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