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이드]러닝 리눅스 3판

 러닝 리눅스 3판

 매트 웰시, 라 카우프만, 칼레 달하이머 저/이만용 역

 한빛미디어 펴냄

 

 최근 윈도만큼이나 쉬운 리눅스 배포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점에 가면 리눅스를 다룬 잡지와 단행본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정작 리눅스 자체에 대한 내용은 도외시한 채 배포판 CD롬 부록을 앞세워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때가 많다.

 한빛미디어가 펴낸 ‘러닝 리눅스(3판)’는 리눅스를 유행처럼 다루는 그저그런 소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자동차 운전으로 따지면 수동 변속기(stick) 방식에 비견할 수 있다. 요즘은 어딜 가든 자동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이 눈에 띄지만 수동 변속기 차량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처음에 운전을 배우기는 힘들지만 일단 익히고 나면 자기 손으로 직접 조종하는 그 ‘손맛’을 자동 변속기에 넘겨주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리눅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눅스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설사 훌륭한 배포판을 설치했더라도 ‘자동’으로 시스템 환경을 맞춰주기 때문에 주변기기 드라이버조차 변경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령 구미에 맞게 준비를 끝냈더라도 활용할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쉽게 싫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 문서작업이나 게임 등 정작 필요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서 윈도 운용체계로 되돌아가 버리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리눅스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까. ‘러닝 리눅스’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이 책은 초판부터 최근 나온 3판에 이르기까지 리눅스 전반을 폭넓고도 실용적으로 다룬다. 특정 배포판에 얽매이지 않고 리눅스를 거의 수작업으로 설치하는 방법과 리눅스를 설치한 다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여느 리눅스 책들과 달리 여러 가지 활용 가능성을 맛보기만 살짝 보여주는 선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쉽다. 어처구니 없게 나머지 몫은 독자에게 남겨둔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의 책임을 방기한 것인가. 아니다. 러닝 리눅스(3판)의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른 책 한두 권쯤에 해당하는 분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자들의 시도가 오히려 모험에 가깝다. 저자들의 관심은 리눅스라는 운용체계의 근본 특징을 무엇보다도 정확히 알려주는 데 있으며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리눅스는 변화가 빠른 운용체계다. 리눅스 운용체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 발전해 나가고 있는 만큼, 아무리 빠르게 판올림을 하더라도 오프라인의 책이 온라인의 소프트웨어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러닝 리눅스’ 저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여백의 미는 더욱 돋보인다. 모든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려다보면 책 내용이 기술변화에 뒤져 구닥다리가 되어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필자는 이처럼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술 방식 때문에 ‘러닝 리눅스’가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본다. 초판부터 개정 3판에 이르기까지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저자들의 배짱을 보면서 ‘러닝 리눅스’는 리눅스를 처음 접하는 독자가 고민하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정보를 위한 정보를 담은 메타북(meta-book)’이라고 평가한다.

 <박재호 미래광학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자 jrogue@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