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TV’로 불리는 벽걸이TV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대화면 경쟁에 이어 이제는 초박형 경쟁이 TV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존의 무겁고 뚱뚱한 TV가 점차 얇고 가벼운 TV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세계 가전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전면에 나서 세계 초박형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벌써부터 이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른바 벽걸이 TV로 불리는 초박형 TV의 특징과 장단점, 세계 시장현황, 한일업체간 경쟁구도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대표적인 초박형 TV로는 PDP TV와 LCD TV를 꼽는다. 특히 PDP TV는 두께가 얇고 대형화가 용이해 차세대 디지털TV 시장의 간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PDP TV와 LCD TV는 두 가지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두께가 10㎝ 안팎으로 얇고 가볍다는 점이다. 실제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가 개발한 PDP TV의 경우 이미 10㎝의 벽을 넘어 7.8∼8.3㎝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간에 구애없이 벽이든 천장이든 어디에나 놓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붙여진 예명이 이른바 벽걸이 TV다.
다른 하나는 PDP TV와 LCD TV 모두 대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이다.
LG전자가 지난 3월에 독일 콘락사를 통해 해외에 첫 선적한 60인치 PDP TV의 경우 무려 4400만원선이다. 이보다 비싼 제품도 있다. LG전자가 금을 선호하는 중동지역의 왕족과 부호들을 겨냥해 금색도장을 한 일명 ‘황금 벽걸이 TV’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인 정도로 고가품이다.
LCD TV도 가격에 있어선 만만치 않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개발한 29인치 및 24인치 LCD TV의 경우 대당가격이 1000만원을 상회한다.
따라서 PDP TV와 LCD TV는 수출물량이 1만∼2만대만 되더라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그 규모는 가히 엄청나다. 속된 말로 잘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게 초박형 TV사업인 것이다.
세계 주요 가전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초박형 TV 사업에 핵심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메이커 입장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비싼 제품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초박형 TV는 값이 비싼 만큼 대중화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커들이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가 가격문제인 셈이다.
마침 올들어 FHP에 이어 LG전자·삼성SDI가 속속 PDP 양산에 나선 데 이어 마쓰시타 등 나머지 업체들로 양산을 서두르고 있어 가격문제도 이르면 1∼2년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PDP TV와 LCD TV간에는 공통점도 많지만 큰 차이점도 한가지 있다.
LCD TV가 30인치를 넘기 힘든 데 반해 PDP TV는 30인치에서 최대 80인치까지 초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종의 LCD 응용제품으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FLCD TV와 LCOS프로젝션 TV의 경우 50인치까지 대화면을 구현했지만 어디까지나 틈새상품을 주력제품으로 자리 굳히기는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벽걸이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더라도 PDP TV와 LCD TV가 직접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디지털TV 시장이 본격 열리면 30인치 이하의 중대형 시장은 LCD TV가 주도하고 40인치 이상 대화면 시장은 PDP TV가 주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