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들이 한국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 IDC들이 지난해 한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시설투자와 선진 기술력 등을 앞세워 공략에 나섰으나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이 야기되면서 투자비에 대한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국내업체들과 가격경쟁에서도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본사의 경영난도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A사의 경우 올초 국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초대형 IDC를 세웠으나 매출부진으로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또 외국 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IDC를 건립한 B사의 경우 제2센터 건립에 들어갔으나 매출부진에 이은 자금난으로 최근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 두 사업자의 경우 국내 시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투자를 단행, 고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피에스아이넷(대표 채승용 http://www.kr.psi.net)과 아이아시아웍스코리아(대표 성병기 http://www.iasiaworks.co.kr)는 본사의 자금난에 따른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98년 아이네트를 인수한 피에스아이넷이 지난해 설립한 한국피에스아이넷은 지난해 본사의 지원없이 서울의 IDC를 운영해왔다. 따라서 국내 저가경쟁 등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었으나 최근 본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절차를 밟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본사가 매각돼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한국피에스아이넷이 그동안 유지해온 운영권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또 아이아시아웍스도 최근 미국 나스닥 주가하락과 자금상황 악화로 최근 홍콩지사를 정리하고 한국과 대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국법인인 아이아시아웍스코리아의 경우 홍콩지사를 정리한다고 해도 추가 자금지원 규모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 자금이 지원된다고 해도 본사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얼마나 지속될지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 외국계 IDC업체 관계자는 “시장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 IDC 중에는 최고 75%까지 가격을 낮추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본사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가격경쟁 대신 매니지드 서비스 등 서비스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마저도 모든 업체들이 가세할 움직임이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외국계 IDC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보다는 가격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최근 피아나퍼시픽이 한국피아나퍼시픽(대표 이병훈 http://www.pihana.com)을 설립하고 국내 진출한 데 이어 조만간 홍콩계 리치사가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는 등 다국적 IDC업체들의 국내 상륙은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진출할 경우 선발업체들의 전철을 밟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