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계 불황끝이 안보인다

 반도체 장비업계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이 걷힐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2분기 말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반도체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장비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급추이가 반도체 경기를 선행한다는 점에서 경기회복 시점의 전망을 가늠할 수 있지만 소자업체들의 투자긴축 가속화로 단기간내 경기회복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최근들어 발표되는 반도체 경기전망의 대부분이 연내 회복 불가능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담고 있어 장비업체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최근 일본반도체장비협회는 이번 회계연도에 일본의 반도체장비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스캐너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은 2분기 미국시장 매출이 40% 이상 감소해 상반기에만 전세계적으로 8800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편, 현 추이를 감안해 4분기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접는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와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장비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대형 수요처 중 한곳인 하이닉스반도체가 사실상 대규모 장비투자를 중단했고 타 소자업체들 역시 하반기 대규모 장비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하반기 공략 가능한 국내시장 규모는 과거의 절반 미만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업체의 대부분은 장비업계의 불황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 아래 상반기 결산이 마무리되는 이달말께 올해 매출 전망치를 전면 재조정하는 한편, 새로운 비용절감계획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전공정장비를 제조하는 한 업체의 사장은 “관리비용 절감 및 생산인력 감소를 목적으로 전 직원이 10일 이상의 하반기 장기휴가를 반드시 사용하게 하고 출장비, 차량보조비 등을 줄이고 있지만 불황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추가대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국적 장비업체의 한국지사장은 “본사가 추정하는 올해 세계시장 매출감소율보다 한국지사의 매출감소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좌불안석하고 있다”며 “고가장비 매출비중이 높은 장비업체의 지사장들은 대부분 같은 입장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