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유욱준, 정종경, 김재섭 교수
치매·암·파킨슨씨병·비만 등 인간의 질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 발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학과 및 의과학센터(김재섭·정종경·유욱준 교수)와 벤처기업인 제넥셀(대표 박미령)은 지난 99년부터 2년여의 공동연구끝에 새로운 인간 질병유전자 발굴 및 게놈기능 연구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6만2000종에 달하는 게놈 규모의 형질전환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세계 처음으로 완성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월 미국 주도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3만여개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 중 유용 유전자를 특허화 및 상업화하려는 선진국 대기업의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앞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게놈 수준에서 인간 질병 유전자를 대량으로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만들어진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그동안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던 인간 유전질환의 원인 유전자 발굴 및 신약 개발을 위한 특정 기능 유전자를 대량으로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개의 질병 유전자 스크리닝에 20명의 연구원을 동원하면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6만2000종의 형질전환 초파리는 각각 서로 다른 유전자 한개씩을 암 등 주요 질병에 걸려있는 인간 질병모델 초파리에 교배해 후손에 넘겨줄 수 있도록 만든 뒤 해당 질병을 낫게 해주는 초파리로부터 질병관련 유전자를 찾게 된다.
또 초파리에서 찾은 새로운 질병 유전자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시간 이내에 해당 인간 질병 유전자로 교체됨으로써 그동안 인간이나 생쥐 등의 연구로는 불가능했던 대다수 인간 질병 유전자의 기능연구와 신규 유전자의 발굴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공동연구를 수행한 제넥셀에서는 수년내에 인간의 주요질병 대부분에 대한 원인 유전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종경 교수는 “이번에 제작된 6만2000종의 형질전환 초파리는 미국 버클리대학 초파리 게놈 프로젝트 컨소시엄과 일본 리켄연구소가 수년간 만든 유전자 기능 조절용 초파리 수의 10배에 달한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 질병 유전자 중 77%가 초파리에 존재하기 때문에 암정복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