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주가관리 `백약이 무효`

 

 정보기술(IT)업체들이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시장의 첨단기술주 실적악화로 촉발된 국내 IT주의 주가하락폭이 커지면서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주가=기업가치’라는 등식이 일반화되면서 업체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떨어지는 주가를 무작정 방치하자니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도 주가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 6월 두달에 걸쳐 전체 발행주식수의 4%인 356만주를 8000억원 가량을 들여 매입했지만 외국인들이 매도기회로 활용, 대대적인 매도공세에 나서면서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SK텔레콤은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기업 IR를 실시하는 등 증권가의 분위기를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허사였다. 결국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다시 한번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0만원이 붕괴된 후 17만원선까지 주가가 하락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달중 국내외에서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나서는 대규모 IR를 계획하고 있지만 무기력해진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코스닥등록업체의 상황도 심각하다. 거래소시장에 비해 주가의 부침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시장의 업체들은 대책없이 무너지는 주가를 보며 한숨만 짓고 있는 실정이다.

 나름대로 자사주 매입이나 호전된 실적을 발표해 보지만 약발이 받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보다못한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재를 털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냉랭한 투자심리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쌍용정보통신의 경우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을 결의할 예정이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지난 2월 한때 7만원이 넘던 주가가 4만원대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쌍용양회와 미국의 투자펀드인 칼라일과의 지분매각 협상이 지연된 데다 올 상반기 실적마저 악화돼 주가하락의 골이 깊어졌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회사 내부에서도 주가를 끌어올려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 이달들어서만 넷웨이브, 제이씨현시스템, 대양이앤씨 등 10여개 업체가 자사주 매입이나 매입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코리아링크 등 올 상반기 큰 폭으로 실적이 호전된 업체들이 반짝 강세를 연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장세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IR담당자들은 주가관리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서민석 삼테크 과장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과연 몇십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기업 경영상 올바른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신규 등록업체의 고민은 더 크다. 나라엠앤디 등 공모가 붕괴로 시장조성에 들어간 신규등록업체들은 시장이 자사 주가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해 주가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라엠앤디는 지난 9일 “시장조성이 완료되면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으나 오히려 주가는 하락했다.

 시장조성중인 시그마컴도 주가 때문에 곤혹스럽지만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형만 과장은 “현재로서는 시장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IT업체들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하반기에 만기도래하는 전환사채(CB) 등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가관리가 기업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IR담당 부서는 물론 CEO들도 주가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