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에서 아파트를 짓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청약 신청이 쇄도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근한 이미지 변신을 통해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위기 여파와 분양가 자율화로 인해 주택건설업체간의 피말리는 분양률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11만2681가구로 지난해 공급량의 53% 수준이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은 저금리 시대로 인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게다가 실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적극 펼치고 있어 상반기 아파트 시장보다 하반기 분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팽배한 상황이다.
심지어 주택건설업계의 최고경영자(CEO)도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직접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등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는 살기 좋은 아파트를 선보이고 이를 집중 부각하기 위해 아파트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1년 영업승패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상반기 분양에 마침표를 찍은 지 얼마 안된 주택건설업체들은 하반기 분양성적을 더욱 높이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수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은 올해 고객의 눈길과 발길을 끌기 위해 톡톡 튀는 이색 분양 마케팅이 길거리와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활발히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부 등 고객을 대상으로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달 서울 5차 동시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개관식 때 박준 등 유명 미용사를 초빙해 주부들에게 무료로 머리 손질과 화장 서비스를 해준 데 이어 이달초에는 비만다이어트 강좌와 부인병 강좌를 열어 주부고객끌기에 적극 나섰다.
두산건설도 지난 5월말 분당 금곡동 주상복합아파트 ‘위브’를 분양하면서 왕건 마케팅을 펼쳤다. 장군복장을 한 기수 3명이 말을 타고 강남과 분당지역을 돌면서 분양마케팅을 펼쳤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3월 중순 전국 7000여가구의 자사 아파트를 대상으로 ‘사후관리 순회점검’을 펼쳐 기존 입주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 회사는 60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 바닥재, 주방가구, 현관 등 전반적인 사후관리를 점검해줘 ‘분양 전부터 분양 후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삼성물산 주택부문도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친구’마케팅을 펼쳐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용인 아파트 모델하우스 도우미들에게 70년대 고등학생 교복과 모자 등을 착용해 학창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했던 것.
온천수 마케팅도 등장해 화제를 뿌리고 있다. 롯데건설과 월드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온천수에 비해 수질이 떨어지지 않는 지하수
를 개발, 각 가정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5일부터 청약접수한 서울시 6차 동시분양에 각 집안에서 온천수를 즐길 수 있는 로세캐슬스파를 선보인다. 월드건설도 서초동에 유명 온천의 물 못지 않은 온천수를 공급하는 빌라형 아파트를 분양중이다.
주택건설업체의 기발한 마케팅전략과 함께 아파트의 품질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아파트 단지에 초고속통신망은 기본으로 깔리면서 기능과 자연을 강조한 아파트가 집중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의 품질이 ‘사이버’나 ‘홈오토메이션’이었다면 올해는 여기에 얼마나 환경친화적고 기능적인 요소가 가미됐느냐가 화두로 변모하고 있다.
아파트 경쟁력은 ‘이제 단지내 조경’에서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업계는 전하고있다. 아파트 주변에 화단이 있고 벤치가 있는 나무그늘 정도는 더 이상 고객을 만족시키고 시선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아파트 단지 전체 분위기가 중세형 명문가를 연상하게끔 설계, 인기를 끌고 있다. 붉은색 계통으로 페인트를 칠해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단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옹벽은 중세 성곽을 연상케 한다.
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자사 아파트의 새 브랜드로 ‘아이파크’를 도입하면서 청정 정원 아파트를 적극 표방하고 나섰다. 소나무 숲과 인공폭포,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입주자들이 각종 모임과 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파크 아파트에 산림욕 효과를 주는 산소방과 방음·방진용 자재를 적용한 사운드룸을 옵션으로 선보여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LG건설도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LG빌리지의 새 심벌을 확정, 새로운 아파트 시설물에 부착하고 있다. LG빌리지의 영문표기를 변형제작한 이 심벌은 녹색나뭇잎 형태를 강조함으로써 자연에서 시작해 고객과의 화합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도다.
이 회사는 이에 지난달 중순부터 분양하는 용인 수지 성복리 LG빌리지에 입주자들이 천연향을 느낄 수 있는 건강친화형 인테리어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단지내 중앙공원에는 분수대를 설치하고 조그만 호수가에 정자와 수목이 들어서 공원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약수터도 마련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도 용인 언남리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초절수형 양변기와 에너지를 4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급수펌프시스템 등 절약형 상품을 선보여 주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디지털 온도조절시스템은 겨울철 아파트 관리비 중 약 40%를 차지하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방마다 디지털 멀티온도조절기를 달아 난방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주택건설업체들이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