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SW산업 특화전략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발전속도를 가속화하면서 국가의 경제역량을 선도하는 핵심산업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외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고 기술적 토대도 빈약했지만 외국의 선발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결합되면서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주요 IT경쟁국들에 못 미치는 점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산업이 지역적으로 특색있게 발전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제조업이 지역마다 다른 강점 분야와 특성을 가지고 발전했던 것에 비해 소프트웨어산업은 지나치게 서울지역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산업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기업과 전문인력의 각각 67%와 66%가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간 균형이라는 가치에도 어긋나지만 산업 자체의 발전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자체의 발전이나 파급력 면에서 다른 산업 분야와 긴밀하게 연관돼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자·기계산업은 임베디드소프트웨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지역의 풍부한 문화자원은 디지털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또 유통의 중심지역은 전자상거래 기술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서울로만 몰려들고 있는 것은 아직 내수시장에만 치중하고 있는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지역이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시장이기는 해도 연관 자원의 측면에서는 최고의 입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의 소프트웨어산업은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유한 산업 및 자원과 결합해 강점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타클래라 카운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80곳이 넘는 지자체들이 IT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영국의 실리콘글렌 등 소프트웨어산업이 지역적으로 특색있게 발전한 본보기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중앙정부와 각 주정부의 노력이 시너지를 이루어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광둥·상하이 등지에서도 지자체가 IT산업의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IT가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각국 지자체들은 경우에 따라 조세감면, 투자기금 조성, 인큐베이션센터 설립 등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인프라 구축, 특화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 등 기업활동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지방정부 혹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산업구조나 인프라 등 지역마다 산업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의 특화는 지역의 고유자원과 기존 산업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가 주도할 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내 모든 지역간 형평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특화산업 육성에 있어서만큼은 역할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화분야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지자체와 지역구성원들의 몫이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는 지역내 IT업체는 물론 지역사회의 주요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특화 분야를 선택하고 발전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최근 정보통신부도 이같은 배경에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던 각 지역의 벤처창업시설인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각 지자체에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각 지역내 우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을 선발하고 육성하는 계획을 자체의 특화 분야와 플랜에 따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지자체의 지원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강점 분야가 선정되고 필요한 우수인력이 양성된다면 지역 소프트웨어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지게 되는 셈이다.

 기업들은 시장과 기술, 그리고 우수인재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기업활동을 벌이게 돼 있다. 전체적인 규모로는 지방이 서울을 추월하는 게 당분간 어렵겠지만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서울지역보다 우수한 기술 및 인적자원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에 집중된 벤처캐피털들도 기업을 따라 지방으로 영역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의 테두리를 넘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지역특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들의 계획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면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소프트웨어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dhlee@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