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3억의 유럽 소비자들은 12개의 국가별 통화를 유로화로 단일화 하면서 유례없는 혼란을 겪을 것이다. 유로화 사용지역의 사람과 기업들 그리고 각국 정부들은 이 역사적인 ‘E데이’에 대비해 3년 가까이 준비해왔지만 소비자들은 이 ‘대전환’에 심각한 우려를 품고 있다.
유럽은 소비자들이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몇가지 중간단계를 도입했었다. 가격 이중 표시제와 유로와 지역통화간의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한 은행계좌 개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유로화 지폐와 주화의 도입은 소매거래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킬 것이며, 소비를 위축시키고 2001년 말부터 2002년까지 인플레를 촉진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런 총체적인 영향은 유럽연합에 절실히 요구되는 경제회복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막을 것이다. 유로화폐의 통용 개시일은 단일통화를 도입하기로 한 12개의 유럽국가의 상황을 볼 때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시기다.
그 지역의 경제는 이미 성장의 둔화와 물가의 상승이 복합된 최악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는 2001년 1분기에 0.5%라는 미약한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월 14일 유로존의 경제성장 전망을 작년 12월의 3.6%에서 2.2∼2.8%로 하향조정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2.9%였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연합의 3대 경제대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에도 상승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뒤센베르크 총재는 “내년 초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목표대인 2%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유로화폐의 통용개시는 내년초 이후도 낙관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는 표면적으로는 가격표시를 국가별 통화에서 유로화로 변경해야 한다는 간단한 이유에서 시작된다. 유로화와 국가별 통화와의 환율은 영구적으로 고정될 것이지만 그것은 소매상들이 유로센트(100분의 1유로)에 맞춰 올리거나 낮추게 될 것이다. 사과 한 개에서 자동차 가격까지 소매상들은 소비자를 위해서나 소매상 자신들을 위해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가격의 조정은 ‘E데이’를 전후해 이뤄지게 될 것이다. ‘E데이’ 이전에는 소매상들이 유로화로의 전환에 대비, 자국통화 표시가격을 보다 유리하게 설정하려 할 것이고 ‘E데이’ 이후에는 소매상들이 가격표시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통화표시 미만의 단위들을 절상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가격의 조정 폭은 개별 재화에 있어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나 그것들이 모여 유로화 사용지역의 전반적인 물가에 인플레를 야기할 것이다. 지난달 EU의 은행연합은 각국별 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1%는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단체들이 특별히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값이 비싸지 않은 식료품같은 상품이다. 이런 상품들은 약간의 인상이 각각 전체의 비용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고가의 상품과 또 몇몇 서비스 가격도 인상될 수 있다. 독일의 소비자단체들은 ‘E데이’를 예상해 독일기업들이 10% 가까이 가격을 인상시켰다고 비난한 바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64%에 이르는 유럽인들이 유로화로의 전환기 동안 소비자가격 조작에 따른 바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사실은 가장 많은 소매거래가 일어나는 시기에 유로존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유럽의 소매상들은 직접적인 가격폭리 또는 사실상 폭리를 취함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그들의 구매를 연기 또는 취소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소비자들은 또한 유로화 전환 초기 몇 주 동안은 피할 수 없는 총체적인 혼란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내년 1월 시작되는 유로화 통용에 완벽한 준비를 하고있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매상들은 또한 두 달의 유로와 각국별 통화 병용기간에 이뤄지는 유로화 또는 각국별 통화에 의한 구매를 유로화 전용으로 변경시키느라 애를 먹을 것이다.
복수 통화 결제 모의시행 결과 소매상들은 시행초기에는 평소보다 20∼30배의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회계사연맹의 추정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고 소매상들은 적절한 그들의 현금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유럽은 인플레 증가와 소비위축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으며 그 둘 중 어느
한 쪽만으로도 유로존 성장회복에 대한 희망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