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경영고문 영입 바람이 불고 있다.
15일 벤처 및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벤처나 닷컴기업들이 최근 벤처 및 오프라인의 기업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업계 전문가들을 경영고문으로 영입, 기업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해결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엔지니어 출신의 CEO들이 기업 성장에 따라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던 것과 달리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면서도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관한 ‘훈수’를 받으며 경영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야후(대표 이승일)는 최근 삼성물산·제일기획을 거쳐 영화진흥위원장 등을 역임한 신세길씨를 경영고문으로 영입했다. 야후측은 신 고문의 활동으로 e커머스 및 미디어 서비스 활성화라는 기업전략 추진에 필요한 대기업과 제휴, 광고유치, 신규사업 개발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매주 이틀 동안 야후에 출근하는 신 고문은 임원 및 각종 부문장 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양대 벤처동문회(회장 이가형)와 성동벤처밸리추진위는 최근 재미교포 사업가로 벤처스타덤에 오른 황규빈 회장을 비상임 고문으로 위촉했다. 황 회장은 지난 75년 9000달러로 텔레비디오를 설립, 83년 한국계 기업 최초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며 지금까지 국내 8개 벤처기업에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는 지난달 말 한양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은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 자신의 벤처경험을 모교(전기공학과) 및 국내 벤처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지란지교소프트·디자인스톰·이셀피아·우암닷컴 등 7개 벤처기업들이 모여 출범한 ‘소빅그룹’도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남궁석 민주당 의원을 경영고문 성격의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들 기업은 정보통신업계에서 쌓은 남 의원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경영 애로사항 해결 및 기업전략 구축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e북 솔루션업체인 워드씨피엘(대표 이수철)도 큐닉스 사장과 고합그룹 부사장을 지낸 이대우 씨를 자사 회장 겸 경영고문으로 영입해 마케팅분야를 중심으로 경영전반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도 지난 4월부터 경영 및 기술 고문을 영입, 기업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계철 전 한국통신 사장을 기술고문으로, 표재순 전 SBS 프로덕션 사장과 김종환 다우기술 사장을 상근 및 비상근 경영고문으로 위촉했다.
이밖에 아이미디어·이네트·핸디소프트·이비즈라인·리눅스원 등이 전직 정부기관·동종업계·금융권 등에서 명망과 실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을 고문으로 위촉, 기업경영과 관련해 훈수를 받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