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핵심역량과 성장엔진 배양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사장

 

 신문·TV 등 각종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미국의 나스닥 지수가 1년 전 최고치에 비해 50% 가까이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첨단기업의 실적 등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보기술(IT)경기의 침체 탓인지 최근 국내 IT기업들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장기화된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경제의 대안이라고까지 했던 벤처 열풍과 함께 코스닥의 장밋빛 전망에 들뜬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닷컴기업은 물론이고 우수 기술 벤처들까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분위기에 휩쓸려 자포자기하기보다는 긍정적 요인을 주목하며 대안을 이끌 수 있는 의연한 자세로 돌아서야 한다.

 돌이켜보면 국내 기업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IT붐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왔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CD·CDMA·단말기·광디스크드라이브 등을 세계 1, 2위 사업으로 육성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되살려 보자.

 우리에게는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저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조금 버거운 현재의 조정기를 거치고 나면 우리의 IT산업에 이전보다 한층 발전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 또한 높다고 확신한다. 바라건대 코스닥의 급락과 국내 IT산업의 불안을 단순한 주가하락이나 경기변동이 아닌 근본적인 산업재편의 신호로 인식했으면 한다.

 85년 미국에서는 PC 버블이 붕괴되던 시기에 90년대 네트워크장비로 IT산업을 주도한 시스코가 탄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및 오라클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또 PC수요가 정체되면서 포스트 PC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고 이동통신의 수요가 정체되면서 무선 인터넷 도입이 이슈화되고 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술은 패러다임의 반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위기를 기회로 살려내는 사례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IT산업의 조류라든지 세계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국내 기업들에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위나 수익에 안주하고 긴장을 늦춰 다음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과오를 범하는 기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 기업들은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로 옮겨가기 위한 ‘핵심역량’과 ‘성장엔진’의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핵심역량이라 함은 조직내부의 기술이나 단순한 기능을 뛰어넘는 노하우를 포함한 종합적인 능력으로서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소니는 소형화 기술, 3M은 접착과 코팅의 2대 기술, NEC는 반도체 기술을 핵심기술로 하여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한 사례 등에서도 입증되는 사실이다.

 핵심기술은 반드시 자체 소유해야 하며 절대 외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지식·경험·기술·정보의 기업내 축적에 노력해야 하며 기술의 불연속성을 이해하여 미래를 대비할 기술 및 제품개발에 한 발 앞서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혁신이나 시장변화가 급격한 분야에서는 신규사업이나 신제품의 성숙단계에서 버릴 줄 아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기업은 이러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성장엔진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미래에는 기술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환경 속도의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기술적 발명과 기존 산업들의 복잡화로 인해 산업구조도 현재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기존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은 무의미해지고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생존에 급급해 하기보다는 좀더 멀리 내다보고 미래시장을 대비하는 기술과 제품개발을 위한 비전-성장엔진을 설정하는 데에 좀더 비중을 둬야 할 때다. 가령 고유한 자사의 핵심역량을 이용하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개발해 내고자 한다면 이는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엔진으로 글로벌 경쟁무기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살아 숨쉬는 생물과도 같다. 끊임없이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어주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기업은 우리에게 땀 흘리는 보람과 희망을 두 배로 돌려주는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